일회성 단시간 프로그램 ‘핸즈온’ 확산에 박차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한국의 자원봉사 비율. 못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자원봉사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대중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고군분투 중인 박윤애(51·사진) 볼런티어21 사무총장을 만났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다 보면 지역사회까지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박윤애 사무총장이 이끄는 볼런티어21은 지난 1996년 설립된 자원봉사 리더십 교육 단체다. 내년이면 창립 15주년을 맞는 볼런티어21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체계화하며 보다 많은 사람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개인을 비롯해 지역사회와 기업의 자원봉사자를 교육하고 운영에 관한 컨설팅 업무도 맡고 있다. 박 사무총장이 볼런티어21에 몸담은 것은 지난 1997년부터. 하지만 그는 이미 30년 전부터 자원봉사를 쉬지 않고 해왔다. 이화여대 재학 중에 접한 기독학생회를 통해 처음 자원봉사에 눈을 떴다.

“1980년 당시 대학생은 전체의 5%뿐이었어요. 여대생이었던 전 정말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었죠. 그래서 제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었어요. 3학년 때 처음 농활을 가고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을 위해 참고서를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죠.”

당시 박 사무총장이 참고서를 읽어줬던 세 명의 학생은 30년 후 하상장애인복지관 관장, 여주 라파엘의집 원장, 용산 시각장애인학교의 교사가 됐다. 박 사무총장은 이후 대학교 4학년 때 부평공단 근처 새봄교회에서 5년간 봉사를 하면서 삶의 방향까지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 중학교 국어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칼리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미국 시민단체에서 자원봉사와 인턴을 경험한 그는 무엇보다 ‘풀뿌리 자원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사무총장은 “인적자원이 풍부한 대학교와 물적자원이 있는 정부,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결합된 미국의 시민운동이 참 부러웠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의 생활에 밀착된 자원봉사가 뿌리내렸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볼런티어21에서 발표한 ‘2008년 전국 자원봉사활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중 1년에 1회 이상 자원봉사를 하는 수는 전체의 20% 정도로 2005년 조사 결과와 비슷한 수치이며, 이는 영국의 59%, 미국 26%, 일본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30년의 나눔 인생을 살아온 박 사무총장은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지만 자원봉사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바빠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활동에 흥미가 없어서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틈새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활동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의식 확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볼런티어21에서는 3~4시간 정도 일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핸즈온(Hands-on)’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벽화 그리기’ ‘독서상자 만들기’ ‘송년회를 자원봉사로’ 등 수십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소박한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자원봉사활동의 첫걸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박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선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자신에게도 지역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며 “앞으로 자원봉사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사회 변동의 원동력이 되도록 매뉴얼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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