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만 치운 폐허…삶은 계속된다
시체만 치운 폐허…삶은 계속된다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8.13 13:45
  • 수정 2010-08-1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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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이재민 중 2만8천 명만 새 집으로
열악한 환경으로 많은 여성 질염에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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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삭
올해 초 최악의 강진으로 폐허가 된 중미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 사망자 23만여 명, 부상자 30만여 명, 이재민 150만여 명이라는 21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불리는 지진을 겪은 아이티 국민들은 현재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티 현지 의사 폴(42)은 “아이티 사람들은 지진 스트레스 때문에 고혈압이 많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우울증과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서울 온누리교회의 의료봉사팀에 합류해 아이티를 방문한 대림성모병원 레지던트 황성수(32)씨도 “남녀 모두 심장이나 위장으로 인한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이는 스트레스가 요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많은 여성이 질염을 앓고 있는데, 질염은 성교를 통해 감염되거나 위생 불량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영양상태가 불량한 많은 아이들이 기생충과 곰팡이균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150만 명의 이재민 중 새 집을 찾은 이들은 불과 2만8000여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진 후 초기 구호를 위해 아이티를 찾았던 구호단체들은 이미 많은 수가 철수한 상태고, 남아 있는 단체들 또한 재건사업 등의 장기적인 계획을 실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이티 정부의 무능력과 국제사회의 미미한 지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초유의 재난 앞에 세계 각국은 아이티에 앞 다투어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 복구와 재건을 위한 지원금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참사 이후 반년,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모습은 시체만 치워졌을 뿐 참사 당시 폐허 그대로의 모습이다. 처참하게 무너진 대통령궁이나 정부청사, 대관식이 이뤄졌던 성당 등도 재건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는 채 방치돼 있었다.

포르토프랭스의 중심 거리인 델마로드는 지진 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곳이다. 거리의 건물들은 처참하게 무너져 있었고, 델마 32가의 주민들 5000여 명은 국제 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이 제공하는 수도 외곽 텐트촌으로 집단 이주를 한 상태였다. 지진이 일어난 지 6개월이 흘렀지만 이 델마로드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방치돼 있는 건물 잔해 위에 사람들은 다시 좌판을 깔고 시장을 열고 있었다. 한쪽 벽이 사라지거나 균열로 금이 간 채 불안하게 서있는 건물 아래에서 사람들은 빵과 고기를 팔고, 숯을 사고 있었다. 난민촌에서는 텐트마다 작은 좌판이 열리기도 했다. 사탕수수나 콩, 빵 등의 먹을거리와 연료로 사용하는 숯, 구호물품으로 받은 약을 팔려는 사람들로 시장은 북적였다.

지진으로 인한 150만여 명의 이재민은 1300여 개의 텐트촌에서 반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 구호단체가 마련해준 텐트촌에는 간단한 샤워시설과 화장실, 급수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거리 곳곳에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텐트촌들은 기본적인 생활시설도 갖추지 못한 채 들어서 있다. 비가 내리거나 강풍이 불면 쉽게 무너지는 텐트는 난민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진으로 부모님과 여동생을 잃고 텐트에서 지내고 있는 데스티니(30)씨는 “전날 밤 바람에 텐트가 무너졌다”며 “새로운 텐트를 마련하기 위해 17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아이티 정부 전력청과 전력복구 사업을 착수해 진행 중이며, 한국군 단비부대는 레오간 지역에 파견돼 공공건물 복구, 지하수 개발, 진료 활동 등 재건·복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아이티 재건사업에 대한 우리 정부와의 협의를 위해 방한한 조슬린 페티에르(65) 아이티 상공장관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공업단지 건설 등을 제의하며 아이티에 대한 투자를 촉구했다.

아이티는 올해 11월 28일, 지진으로 연기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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