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정당 여성위원회와 성희롱 예방책대응 모색”

성희롱 발언을 한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국회 차원에서 절차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계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의 성희롱 예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정당 여성위원회 등과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연 ‘정치인의 성희롱 발언,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해당 공직자의 선출직 자격정지 등 강력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기존 사건 처리 관행을 보면 국회의원을 제명하더라도 지역에서 재선출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징계 종류를 세분화·실질화해 제명 후 일정 기간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없도록 ‘선출직 자격정지’ 징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심재옥 진보신당 여성위원장은 “제명 등 극단의 방법뿐 아니라 사회봉사처럼 성희롱이 왜 잘못인지를 알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처벌 방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윤리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공직·당직 출마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한 민주노동당 이영순 여성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을 통해 공직 후보자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정당 차원을 넘는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황인자 자유선진당 여성위원장은 “한국은 선거법상 김밥·떡 등 제공 음식물 기준은 세세히 규정하면서 성희롱 교육 등 윤리차원 조항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규정돼 있다”며 “성희롱 조항을 포함한 윤리조항이 400여 쪽에 달하는 미국 국회의원 윤리준칙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당 내 징계절차 문제도 제기됐다.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이강수 고창군수의 성희롱 사건 등으로 고역을 치른 바 있는 민주당에서는 유승희 민주여성리더십센터소장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고창 사건을 예로 들며 “현장에 파견된 두 조사관이 성희롱 여부에 대해 상이한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윤리위가 정치적으로 해석해 사실을 왜곡하는 잘못된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정당은 물론 국회 윤리특위에 권력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민간조사단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회나 정당 내 성희롱 예방교육 현실화를 위해 여성단체와 정당 여성위원회가 공동 대응을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며 “토론회 후 실무 작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자”고 연대를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한나라당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일정상 참여가 어렵다고 했으나 자당 의원과 관계된 일이라 참여하기 어렵지 않을까 추측해본다”면서도 “당을 떠나 인권문제로 접근할 장에서 토론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강용석 의원의 재심요청을 기각하고 당내 마지막 절차인 의원총회로 공을 넘겼다. 국회 윤리위원회도 지난 11일 회의를 열고 강 의원 징계안을 소위원회로 회부하는 등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지난 11일 김무성 원내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본인이 뉘우치고 있다”며 “주의하도록 징계하되 의원직은 유지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강 의원이 반론 보도 요청 및 소송 등을 진행 중인 것을 들며 “어느 대목에서 뉘우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이강수 고창군수가 ‘성희롱 당했다’는 계약직 여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혐의 없음 결론이 나왔다. 전북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 11일 이 군수가 계약직 여직원 가족 등 6명을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내렸다. 또한 이 사건을 지난 5월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일 차별시정위원회에 재상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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