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법관 “‘정치’적으론 중립, ‘여성’엔 절대적으로 ‘진보’였죠”
김영란 대법관 “‘정치’적으론 중립, ‘여성’엔 절대적으로 ‘진보’였죠”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8.13 13:27
  • 수정 2010-08-13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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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안 대법관 후임으론 꼭 여성 대법관 와야”…대법원 ‘정책법원’으로 가야
“여성 판사들, 자신의 일에 좀 더 투자를”…퇴임 후 법철학 연구에 매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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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2004년 8월 헌정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을 때 여성들의 반응은 특히 열렬했다. “사회 가치관의 최종 심판자이자 확정자로서의 역할이 여성에게 처음으로 부여”(윤후정 여성 첫 헌법학자, 이화여대 명예총장)됐기 때문이다. 당시 여성신문은 각계 여성 리더를 모아 축하 모임을 열었고 이 자리에서 김영란(54·사시 20회) 신임 대법관은 “여성이 절반인 사회에서 그 절반의 권리를 되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어느덧 6년, 후임 내정자가 남성(이인복 춘천지법원장)이기에 더욱 많은 이들의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김 대법관은 24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9일 대법관실에서 만난 김 대법관은 “전수안 대법관 후임으론 꼭 여성 대법관이 나와야 할 것”이란 소신을 피력하면서 여성 판사 임용률이 절반을 넘어섰기에 다수 여성 대법관 시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낙관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성향을 ‘진보’로 분류하는 언론에 대해 “더도 덜도 아닌 중립”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면서도 “‘여성’에 대해선 언제나 절대적으로 ‘진보’”라는 소신을 표했다.

김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신 “법학과 인접한 학문, 특히 법철학이나 법심리학을 연구해보고 싶다”며 사법개혁의 방향 등을 연구해 쉬운 글로 대중과 소통하는 저술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법관 생활을 포함해 30여 년의 법관 이력에서 얻은 한쪽 눈의 망막 이상을 시급히 치료해야 하는 것도 그의 퇴임 과제 중 하나다.

-대법관 생활 6년을 관통하는 일관된 소신을 말씀해 달라.

“대법원의 역할은 자기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조차 만들기 힘든 소수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수자는 국회를 만들고 대통령을 뽑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여성 대법관이 생기면서 사법부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듣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회가 여성 전향적으로 변해가면서 사법부도 저절로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 여성문제를 다룰 때 될 수 있으면 성차별을 않겠다는 것과, 가능하면 특정 사안에 대해 여성적 관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몇몇 구체적 사건에 대해 여성 감수성 면에서 부주의했을지는 몰라도. 성폭력 사건의 경우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 여성을 배려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남성 중심의 관행에 젖어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폭력특별법의 ‘항거불능’ 조항이 여성 장애인 등 특수 상황을 고려치 않고 엄격하고 획일적으로 적용돼 억울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부부강간도 범죄로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들인데.

“성폭력 상황에서의 항거불능을 ‘의사에 반하는 경우’로 세분화해 입법화하면 좀 더 합리적인 처벌이 가능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항거불능의 정도를 완화하는 판결을 나 자신도 냈고, 또 그런 판결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부강간의 경우, 대법원 분위기상 검찰에서 기소해 올라오기만 하면 인정할 분위기가 충분히 돼 있다고 생각한다.”

(김영란 대법관은 2005년 7월 주심을 맡은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폭행·협박의 인정 기준을 완화하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폭행·협박의 개념을 사실상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법부 개혁에 대해 고민이 많으신 것으로 안다.

“대법원을 중심으로 말한다면, 가장 큰 문제는 권리구제성 상고 사건이 너무 과도하게 몰려온다는 것이다. 과태료 5만원 상고부터 공무원의 정치활동 문제까지. 결국 선택과 집중 시스템이 돼야 한다. 1,2심에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고 대법원에선 사회적 갈등이 심해 열띤 토론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판결을 내야 하는 사건만 와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정책법원’, 즉 법률의 통일적 해석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이때 여성이 활발히 진출하는 등 대법관 구성원이 다양해져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현재로선 3개 부에 각 1명씩 최소 3명은 여성 대법관이 있어야 한다.”

 

2004년 8월 31일 여성신문 주관으로 열린 ‘김영란 대법관 취임을 축하하는 여성들의 모임’. 헌정사상 첫 여성 대법관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60여 명의 각계 여성 리더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앞줄 가운데가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막 임기를 시작한 김영란 대법관.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2004년 8월 31일 여성신문 주관으로 열린 ‘김영란 대법관 취임을 축하하는 여성들의 모임’. 헌정사상 첫 여성 대법관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그 의미를 짚어보고자 60여 명의 각계 여성 리더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앞줄 가운데가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막 임기를 시작한 김영란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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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DB
-기억에 남는 인상적 판결을 꼽으신다면.


“내가 주심은 아니었지만 2005년 전원합의체로 성년 여성을 종중원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딸들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내가 대법관이 되기 전 다른 대법관들이 이미 공개변론을 마친 상태였지만 다수 의견을 모으진 못했다. 그러다가 내가 들어오고 나서 예상외로 쉽게 (여성 종중원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다수 의견이 나왔다(다수 의견과 별개 의견이 7:6으로 팽팽히 나뉘었던 것으로 미루어 당시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었던 김영란 대법관이 최종 결론을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호주제 폐지 이후 2008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공동상속인 중 제사주재자가 누가 돼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기존 판례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데서 ‘공동상속인들의 협의로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장남 내지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이들도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변경 판시했다. 난 이에 대해 앞의 여성 종중원 인정 판결에 배치된다는 점을 짚고 그 장남이나 장손자보다 훨씬 연장자인 딸도 있을 수 있기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대법원이 ‘협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생각한다.”

-임기 중 큰 보람으로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여성법관회의를 꼽으셨는데, 그 의미를 말씀해주신다면.

“내가 대법관으로 임명된 2004년부터 여성 판사들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가 갑자기 많아지다 보니 후배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들에게 어떻게 방향을 잡아줄까 고민도 됐다. 그래서 고등법원 배석판사 시절이었던 1992년 우연히 세계여성법관회의에 참석했을 때 ‘우리나라에선 언제 여성 판사 수가 늘어나 이런 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될까’ 부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2006년부터 후배들에게 한국 대회를 유치하도록 독려했고 2007년 새벽에 우리나라가 2010년 회의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 350여 명의 세계 리더들에게 한국이 6·25전쟁과 분단국을 넘어 오랜 전통과 문화가 있고, 공정하고 개방적인 사법 시스템을 갖춘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찬사란 찬사는 다 들었다고 자부한다.”

 

-여성 법조인들에게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법부에선 육아휴직 후 업무복귀 등에 있어 차별이 없도록 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그래도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최근에도 후배 여성 판사 2명이 찾아와 어려움을 토로하고 갔다. 그 중 대부분이 ‘엄마 탓’이라는 죄책감이었다. 아이가 이런저런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역시 같은 법조인인 남편이 그만두라 했다 해서 대뜸 내 첫 마디가 ‘왜 아빠가 그만두려 하지 않지’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후배들에게 ‘좀 더 너의 일에 투자하라’고 몰아붙이는 매몰찬 선배다. 그래야 남성들로부터 여성 법조인들 때문에 재판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 대법관의 파트너는 ‘앞선 외조’로 유명한 강지원 변호사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으로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역임한 강 변호사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로도 활약 중이다. 김 대법관은 강 변호사에 대해 “1인 브랜드로 자유롭고 신나게 산다”는 말로 애정을 에둘러 말한다. 그의 두 딸은 한때 대안학교를 다닌다 해서 화제가 됐었다. 첫째 딸은 동경예술대에서 뉴미디어를 전공하고 일본에 있는 다국적 광고 기업에 취직해 활동 중이고, 둘째 딸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있다. 그는 자녀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아이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교육을 시키라”고 조언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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