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병합 피해자 김정주·양금덕 할머니 생생한 증언
강제병합 피해자 김정주·양금덕 할머니 생생한 증언
  • 김유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8.13 11:45
  • 수정 2010-08-13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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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에 속아 강제노역, 이혼까지 당해”
“언니나 내가 알지, 누가 우리 속을 알아.”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김정주(80)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이날 이용섭 의원(민주당),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일제피해자공제조합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주최한 ‘14살, 나고야로 끌려간 소녀들’이란 주제로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제 피해자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는 토론 자리에서였다. 소녀에서 반백의 할머니가 된 김 할머니와 양금덕(81·사진) 할머니가 당시의 억울함을 생생히 증언해 관심의 초점이 됐다. 

김 할머니는 초등학교 6학년이던 13살 때 담임교사 오카키의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거짓말을 믿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김 할머니의 언니 김성주씨는 1년 전, 역시 오카키의 말을 믿고 일본으로 간 터였다.

“일본 도야마 시 후지코시 공장에 도착하니 숙소 밖은 철조망이었고, 우리는 노예같이 갇혔다. 아침 5시에 일어나 7시면 출근하고 12시부터 1시간 동안 삼각빵 한 개를 점심으로 먹었다.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배가 고파서 풀을 뜯어 먹었는데, 그때문인지 머리가 벗겨지는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았다.”

김 할머니는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언니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야 만날 수 있었다. 김 할머니는 “언니나 나나 결혼을 했지만 형부가 어떻게 알고 ‘(일본군)위안부’로 오해를 해 고초를 많이 겪었다”며 “결국 나도 33살에 이혼하고 아들을 담요 하나에 싸서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에서 홀몸으로 산동네를 오르내리며 사과를 팔거나  청량리역 앞에서 찐 옥수수를 팔았다. 힘들게 살면서도 마음 놓고 큰 길로 다닐 수도 없었다. “누가 군 위안부로 오해하고 손가락질 할까 싶어서”였다.

김 할머니처럼 초등학교 13살 때 나고야 미쓰비시중공업 공장으로 끌려간 양 할머니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에 갈 수 있다는 담임교사의 말을 믿고 총 24명이 전남 나주에서 일본 나고야로 떠났다.

“나고야 시 미쓰비시 공장에 우릴 데려다 놨고 비행기에 페인트칠하는 일, 기계부품 깎는 일을 시키기에 일본 사람한테 학교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니까 ‘3개월 후에 보내준다’는 말로 몇 번을 미뤘다. 공습 때문에 죽다 살아났고 배고파서도 죽을 뻔했다.”

양 할머니는 “어릴 때 뭣도 모르고 ‘천황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던 것이 지금에는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처럼 ‘군 위안부’로 오해받아 가족과 형제로부터도 눈총을 받았다.

이처럼 노동자로 강제동원됐던 할머니들의 한이 풀릴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근로정신대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이용섭 의원 등은 지난 7월 미쓰비시사로부터 강제동원 희생자 문제를 논의하는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는 미쓰비시나 도쿄 아사이토 누마즈 공장 건처럼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를 기각한 반면 전범 기업이 보상문제를 협의하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소위원회 위원장)는 “미쓰비시사의 회신 내용이 구체적인 요구를 담고 있고, 협상 대상자에 대한 주문이 있는 것으로 봐서 형식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도 함께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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