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개발도상국 대상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하나로 24일까지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개발도상국 여성 정책결정자·경제인을 위한 인터넷 상거래(e-Biz)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e비즈 마케팅 전략, 여성 특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개발 강의, 여성신문 사례 특강 등이 마련됐다. 교육과정은 숙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원장 최동주)이 맡아 진행했다. 4일 시작된 이번 교육에는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등 9개국 여성 공무원·경제인 29명이 참여했다. 이 중 6명의 개도국 여성 리더를 인터뷰했다.
“트럭에 컴퓨터 싣고 다니며 여성 교육”
이 같은 사업은 단지 여성들만을 위한 교육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 여성부가 앞장서서 실행하고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스마일 담당관은 “여성부 업무가 여성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개발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어 힘든 편”이라며 “여성가족부가 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상황이 비슷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몽골도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 문제 심각”
몽골국정뉴스 숙바타르 알탄쳇첵(51) 국제담당 편집장은 “한국이 첫 방문인데 e비즈 교육 과정을 통해 다른 나라 공무원들과 교류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몽골은 1920년대에 여성부가 있었고 지금은 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가 다양한 여성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유목민 문화이므로 ‘여성은 집에만 있어야 된다’는 인식은 없지만 정책결정자 그룹엔 여성들이 거의 없어요. 여성 국회의원은 1989년 25%를 차지했으나 2010년엔 3.9%에 불과해요. 이를 2015년까지 35%로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몽골도 저출산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출산 장려 정책의 하나로 임신 7개월부터 출산까지 정부가 매달 12달러를 주고, 아이를 4명 낳으면 국가가 ‘명예메달’을 수여한다”고 전했다.
“여학생에게 e비즈니스는 매력적인 학문”
한·베트남IT대학교(Vietnam-Korea Friendship IT College)의 여학생 비율은 40%에 이른다. 융 트루옹(40) 도서관 부관장은 “베트남 내 다른 대학에서 공부하는 여학생이 30%가량인 데 비해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e비즈와 컴퓨터, 전기정보,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건축 등의 학문을 가르치는 IT대학은 최신 학문을 배울 수 있고 기업들이 기대하는 인재를 길러내 여학생들이 선호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도서관에서 도서 구입과 대여 업무뿐 아니라 도서관내 인터넷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선진화된 정보화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교육과정 중에서도 e비즈 강의가 제일 흥미로웠다고 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e비즈가 발달한 한국에서 다양한 정보를 많이 배우고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여성 절반 이상 대졸…실업률 높아 걱정”
도나 자야싱하(34) 스리랑카 아동여성개발부 여성개발담당관의 말이다. 스리랑카는 오랜 내전을 겪은 가난한 나라지만 무상교육으로 전체 여성의 51.1%가 대학을 졸업할 만큼 교육열이 뜨겁다. 자야싱하 담당관은 “실업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10% 높다”며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여성 총리와 여성 대통령을 잇따라 배출했다.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여성헌장’은 제정돼 있습니다.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빈곤으로 인한 가정폭력 문제는 심각합니다. 긴급 상담전화인 ‘1929’를 운영하는 것도 이때문이죠.” 자야싱하 담당관은 “행정직 중 35%는 여성이 진출해 있는 데 비해 정책결정자 그룹은 5%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
“화장품과 특산품 판로 개척에 e비즈 활용”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만난 마켈레시 도모나키바우(50) 피지 여성부 여성권익담당가는 피지로 돌아가는 대로 e비즈를 현실화할 꿈을 꾸고 있었다.
피지는 남태평양 서부 멜라네시아 남동부에 위치한 국가로 목각 공예품, 조개껍질 세공품 등의 특산품이 유명하다. 상아와 산호보석류, 다이아몬드 등을 활용한 전통공예품도 이 나라의 특산품으로 관광객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모나키바우 담당가는 특산품과 여성용품인 화장품, 옷 등을 e비즈로 판매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피지에 있는 자원센터를 통해 여성에게 e비즈 교육을 시킬 예정”이라며 “국내 산업이 활성화되면 e비즈를 통한 수출도 적극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e비즈로 바틱 판매 수익 낼 터”
지난 3일 입국해 숙명여대 등에서 e비즈니스 훈련을 받고 있는 엔당 스리루스미야티라하유(47) 인도네시아 과학기술원 과학기술자료센터 정보과장의 포부다.
‘바틱’(batik) 섬유는 납을 사용해 염색하는 것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를 이용해 전통 의류나 공예품을 만든다.
지난 10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만난 그는 “여성 정보화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 포칼롱안시 여성들에게 e비즈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e비즈로 바틱을 판매하면 수익 창출에 효과적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인터넷 마켓에 대해 “당장 수요가 많진 않지만 정부가 교육한 강사를 지역 인터넷 정보센터에 파견, 여성들을 교육하고 있다”며 “e비즈는 미래를 꿈꾸는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