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특별법 항거불능 조항이 장애여성 인권 탄압”
가해자 1~2년 솜방망이 형량에 판박이 사건 빈발해

최근 충남 공주시 이인면의 금강 쪽 4개 농촌마을에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14세 여중생을 2008년부터 유인해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온 마을 주민 9명이 경찰에 구속돼 충격을 던졌다. 아직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대전에서도 15세 지적장애 여중생과 채팅하던 고교생이 여중생을 유인해 불러내고 친구 세 명과 함께 성폭행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불러내 성폭행, 가해자 수만 16명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장애여성 성폭력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가해자들의 형량이 평균 1년 반에서 2년에 이를 정도로 가볍고 ▲성폭력특별법 제6조 ‘항거불능’ 조항이 장애 여성에게도 비장애 여성에게와 똑같이 적용되며 ▲5~10세 정도의 지능을 가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이 아동성폭행과 같은 수준으로 심각히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 이유로 꼽았다.

또 하나 심각한 것은 각 사건의 유형이 서로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이다. 즉 가해자가 물품공세로 유인하는 등 자기표현이나 판단 능력이 결여된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악용하며 피해자의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범행 장소가 주로 가해자의 집이나 차량이라는 점 등이 그것. 여기에 더해 “지적장애 여성들의 경우 가해자 수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을 꼽는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민병윤 소장은 “가해자끼리 네트워킹 해 정보를 공유한다. 그 애는 제대로 말도 못하니 괜찮다는 식으로”라고 전한다.

무엇보다 ‘항거불능’ 조항에 대해 장애여성단체들은 ‘인권탄압’으로까지 표현한다. 올해 4월 열린 전국성폭력상담소 여성장애인 폭력 추방 캠페인에서도 ‘항거불능’ 개념엔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피해 여성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전혀 없어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형량이나 무죄판결을 내리게 할 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병윤 소장은 “‘아저씨가 날 못 움직이게 했어요’ ‘아팠어요’…이런 말이 지적장애 여성이 할 수 있는 성폭행에 대한 최대 저항이다. 성폭력특별법의 ‘항거불능’ 조항은 본 취지대로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기보다는 피해자의 행동과 태도를 낱낱이 뒤져 역으로 가해자 처벌 수위를 정하기 위해 있는 것인가. 이젠 ‘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촉구하기에도 너무 지쳤다”고 신랄히 말한다.

‘아팠어요’ 의사표시도 ‘항거불능’으로 인정돼야

민병윤 소장은 70대 아파트 경비가 주민인 20대 지적장애 여성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해온 사건에 대해 담당검사가 “둘이 사귀었다”고 판단하자 “피해여성이 당신의 딸이라면 그렇게 말하겠느냐”고 쏘아붙인 적이 있다. 한 마디로 우리 사회가 ‘지적장애’에 대해 너무 무지해 이것이 재판부의 성폭행 사건 판단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

“‘지적장애’란 그 사람의 인생 전반에 완벽히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어제 성폭행 같은 어려운 일을 당해도 오늘 다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적장애인의 한 특성이다. 특히 지적장애 여성들은 무관심에 방치돼 있기에 아주 작은 관심에도 넘어갈 수 있다. 이들이 ‘성폭력’에 의해서 처음으로 ‘성’에 눈뜨게 된다는 사실이 얼마나 끔찍한지.”

배복주 장애여성 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장도 재판부가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진전된 태도를 보였더라도 이 ‘항거불능’의 장벽을 깰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아쉬워한다. 배 소장은 “지난해 9월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가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가해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선고를 내림과 동시에 법정 구속을 한 판단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재판부가 피해여성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기보다는 심신미약자 간음 등의 형법 제302조로 공소변경을 하는 ‘안전한’ 길을 택한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2007년 울산 지적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에 대한 해석을 장애 자체를 포함해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판시가 단지 ‘이례적’ 판례로만 남는 데 그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민병윤 소장은 이제 “‘항거불능’은 법조인들의 워낙 높은 산이기에 그만 포기하고 싶다. 차라리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을 실제적으로 도와주는 데 더 주력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가 이를 위해 제시하는 대안은 현재 부산·광주·청주 3곳에 불과한 피해 장애여성 쉼터를 확대하고, 이들을 위한 ‘평생’ 그룹홈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주는 것이다. 그룹홈은 대부분 법인기관으로 운영되는데,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면 월 30만원가량을 내야하기에 웬만한 장애여성 가정에선 피해자를 그룹홈으로 보낼 처지가 못 된다고 한다.

“‘지적장애’라고 강간범이 버젓이 이웃집에 사는 그런 곳으로 되돌아가도 아무 감정이 없을 것 같나. 제발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 사건이 아동성폭행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아동성폭행 피해자처럼 특화된 사후 치료를 정부 차원에서 해줬으면 좋겠다.

여성가족부 차원에서라도 먼저 마을 단위의 상담을 진행하면서 각 지역 부녀회와 소통해 현실 좀 파악해줬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이번 공주 사건 같은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고, 안을 들춰보면 틀림없이 복사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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