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진상 규명 결정 여부에 정치권 촉각 세워
피해 여성은 요양, 모친은 삭발투쟁, 부친은 당에 호소

6·2 지방선거 직전 점화됐다가 일시 잠잠해졌던 고창군수 성희롱 사건(본지 1084호 보도)이 7·28 재보선을 기점으로 재점화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의 무혐의 판단에 따라 현재 진상 규명의 공은 국가인권위로 넘어간 상태.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일인 지난 7월 28일 “성희롱당으로 등극한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은 성희롱·성추행 감싸기, 모른 척 하기, 시간 끌기로 일관하며 오로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가파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논평을 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과 24일 박 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남의 당 성희롱 사건에는 목청을 높이면서 자기 당 소속 지자체장과 의장에게는 구두로 주의조치나 주는 민주당의 이중성에 대해 고발한다”며 “고창군수와 전 고창군의장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월 말 고창군청 계약직 여직원은 군수와 전 의장이 누드 사진 촬영을 강요한 것은 성희롱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면서 사직했다. 이에 민주당은 고창군수에게 ‘주의’ 조치를 했다. 그 후 고창군수는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 3선에 성공했다. 고창군수는 7월 12일 전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성희롱 사건에 대해 ‘불기소 혐의 없음’ 통보를 받았다는 점을 내세워 “재·보선과 맞물려 또다시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공식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피해 여직원의 부친 김모씨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딸아이는 현재 고향을 떠나 서울 모처에서 요양 중”이라며 “정신적 충격이 큰 데다가 사건이 다시 불거지면서 언론에 시달리는 등 극도로 괴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모친 조모씨는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로 진상 규명과 사과를 촉구하며 삭발까지 감행했다.

성희롱 사건이 가시화된 지난 5월 초 사건을 접수한 국가인권위는 7월 29일 성희롱 진정사건을 담당하는 차별시정위원회를 열고 관련 내용을 심사했다. 하지만 고창군수나 전 의장이 ‘선출직’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곤혹스러워하는 부분도 읽힌다. 인권위 관계자는 “‘성희롱’이라고 결정되더라도 피진정인이 선출직 공무원이자 해당 기관의 총관리자이기 때문에 인사 조치나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권고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국가인권위는 정당에 대한 권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정당 공천을 받지만 단체장이라는 지위는 주민이 부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당에 사후조치를 권고할 수 있을지도 논쟁거리”라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윤리위가 당사자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일단락된 사안”이라며 “인권위에서 정당에 권고사항을 발표한다면 이에 대해선 윤리위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태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미온적인 설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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