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궐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한나라당이 압승했다. 한나라당은 8곳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5곳에 승리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출마한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 압도적인 차로 승리했다. 이 후보는 58.3%, 윤 후보는 63.7%의 높은 득표율로 야권 단일 후보였던 민주당의 장상 후보와 정기영 후보를 각각 압도했다. 아무튼 이번 선거로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등식이 오랜만에 깨졌다. 여당이 재보선에서 야당보다 의석을 더 많이 얻은 것은 1999년 3월 재·보선 이후 처음이다.

이번 선거가 야당인 민주당에 충격적인 것은 민간인 사찰,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실언 등 한나라당이 악재란 악재는 다 안고 치른 선거였는데 어이없이 패배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민심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선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민주당의 오만함과 안이함이 패인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에 도취돼 민심이 진정으로 무엇을 요구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심은 정부 여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해 확실하게 심판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제시한 ‘정권 심판론’이 그대로 통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은 정부에 대한 심판보다는 민주당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제2의 정권 심판론’과 ‘4대강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그 이면에는 야권 후보가 단일화되면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환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후보 단일화 환상’은 한나라당이 내세운 ‘지역 일꾼론’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한나라당은 더욱 낮은 자세로 지역 개발론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실리적 투표를 유도한 반면, 민주당은 더 높은 자세로 여전히 응징론에 비중을 두면서 단순한 선거관성의 법칙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직후 한 진보 매체의 논설위원은 “민주당이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것이며, 이 정권을 중간 평가할 시점에 야당이었다는 우연적 요소가 민주당 승리에 크게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한마디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여당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어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이런 우려는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바로 현실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한나라당은 압승함으로써 향후 정국 주도권을 회복할 전망이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해 개헌 등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한편,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민주당에는 지도부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동안 친노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독주했던 정세균 대표체제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정동영과 천정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의 거센 도전이 예상된다.

아무튼 여야는 이번 재·보궐 선거를 통해 ‘민심의 응징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번 승리에 도취돼 쇄신과 변화를 멀리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회귀한다면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야당도 민생을 팽개친 채 당권 경쟁에 매몰돼 대안 없이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입한다면 어두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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