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 포에버’
슈렉은 피오나 공주와 겁나 먼 왕국을 구해낸 이후 단란한 가정의 평범한 아빠와 남편이 된다. 행복한 장면 속에 있는 슈렉은 그 반복되는 행복한 일상에 따분함과 허무함을 느끼며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게 된다.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며 살던 괴물 슈렉의 당당한 모습으로의 회귀를 꿈꾼다. 그렇다. ‘단 하루만이라도 예전처럼 자유로워진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그 때, 거짓말처럼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는 악당 럼펠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다. 지극히 익숙한 이야기 공식임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 후는 뻔하다. 온갖 고난과 역경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것들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 슈렉이 고군분투하는 개연성 넘치는 이야기임에도 이 뻔한 공식은 극의 긴장을 유지하고 관객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꼬인 실타래를 푸는 단 한 가지 해결책은 슈렉과 피오나의 진실한 사랑이 전제된 키스다. 그러나 이야기가 변한 만큼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역할도 모두 변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변신을 보여준 건 피오나 공주다. 슈렉은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피오나의 사랑을 얻어야 하지만 피오나는 지금 공주가 아니라 오거 군단을 이끄는 터프한 여전사가 되어 있다.
주문을 풀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럼펠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불러들여 슈렉을 잡아오라고 명하고 오거 군단은 모두 주술에 걸려 잡히고 만다. 그러나 장화 신은 고양이와 동키의 활약으로 슈렉과 피오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마법의 음악으로부터 탈출한다. 그렇게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게 되고 슈렉은 강력하게 말한다. “우리의 사랑의 키스만이 해결책”이라고. 그 말에 피오나는 슈렉과 키스를 감행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왜? “두 사람의 사랑이 전제된 키스”가 아니었기 때문. 바뀐 상황에서는 슈렉의 일방적인 사랑만이 존재할 뿐, 피오나와 쌍방의 사랑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오나는 화를 내며 말하기 시작한다. ‘나를 구한 건 바로 자신이었다’고 헛소리하지 말라며 슈렉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다.
슈렉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기로 결심하고 럼펠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오거 군단과 피오나를 구해내기 위해 애쓰며 결국 피오나의 사랑을 얻기에 이른다. 그렇게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향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구해줘서 고맙다’고 고백하며 영화는 우리가 원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슈렉 포에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현 시대의 여성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여린 여성이 아닌 남자와 동등한 주체, 오히려 남자보다 더욱 리더십이 강한 여성을 그린다. 조건 또한 평등하다. “서로의 진실 된 사랑이 전제된 키스”만이 해결책이라고 언급한다.
그렇다. 누군가가 구해주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구한 것이다. 이 ‘정직한 저울질’이 바로 현대 사회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절대 진리다. 동등한 두 존재가 서로를 구한다는 의미가 담긴 평등한 영화여서 뜻깊고, 우리가 지나쳐버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줘서 더욱 뜻깊은 영화 ‘슈렉 포에버’. 가족영화로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