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사람이에요”

오는 8월 22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목동병원에서 이주여성과 그 가족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기뻤다. 그런데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 같은 이주여성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나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한 지 6년이 넘었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 전부인과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남편이 전부인과 사별한 후, 재혼을 해서 우리 사이에는 아들이 하나 더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급성 간경화로 세상을 떠나 나는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며 살게 되었다. 내가 직장을 다니다보니 아이들한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해서 결국 친정어머니를 모셔왔다.

베트남에서부터 멀리 이곳까지 오신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셔서 몸이 많이 쇠약해지셨다. 허리며 다리며 모두 아프다고 하시고,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기면 머리도 아프시다며 토하시고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면서 며칠 누워계신 적도 있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픔을 참다못해 전화를 하신 것이다. 차는 없고 빨리 집에 갈 수 없어서 동네사람한테 부탁을 해서 병원까지 모시고 갔다.

엄마가 외국 사람이라 의료보험이 안 되어서 100% 본인부담이라 솔직히 조금 걱정도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너무 걱정되어서 어떻게든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가끔씩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니까 원인을 알기 위해서 MRI검사를 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검사 비용을 알고 나서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MRI검사는 보험이 안 돼 40만~50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결국 비용 때문에 대충 검사를 하고, 약을 복용하시게 했다.

그래서 무료건강검진 소식을 듣고 너무나 잘됐다, 하늘이 도와주시는 구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 없는 가정은 안 되고,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해서 자녀가 있어야 가능하며 전부인이 낳은 자녀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이해가 안 됐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한테 그런 혜택이 더 주어져야 하는게 아닐까? 왜 남편이 있어야만 되는지, 전부인의 아이는 왜 받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주여성들을 도와줄 수 있는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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