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사람이에요”

10여 년 전부터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주여성들의 어려운 문제들이 상당히 해결되었다. 한국어 교육은 물론, 한국문화배우기·출산육아·운전면허교육 등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홍성군을 예로 들면 홍성이주민센터, 다문화지원센터, 홍성YMCA 등에서 다양한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이주여성들이 50여명이나 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이런 서비스를 전혀 못 받는 이주여성들도 많다. 많은 이주여성들은 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살고 있다. 이 여성들은 한국에 시집와서 한국어도 못 배우고 다른 서비스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천북면에 사는 이주여성에 의하면, 홍성군이나 보령시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고 싶지만, 버스가 자주 오지 않고, 갈아타는 것도 불편하며 시간도 3~4시간이나 소요되는 등 너무 불편해서 못가고 있다고 한다. 또 대부분 어린 아기들이 있어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남편들이 이해해주거나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남편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남편은 이주여성들이 공부하러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한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는 한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거나 한국전통문화 등을 공부하기가 쉽지가 않다.

또 이주여성들은 어디로 가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집에서만 지내는 이주여성들은 한국어 공부도 잘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심한 경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런 여성들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주여성들이 양육하는 아이들 중에는 한국어 발달이 늦어지는 아이도 있다.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지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집안에만 머무는 이주여성들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몇몇 이주여성들에게만 서비스가 돌아가지 않고, 모든 이주여성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다문화정책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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