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관장 “매년 적자지만 보람이 더 큽니다”

전문 컬렉터 출신의 미술관 설립자치고는 좀 특이하다. ‘고가’에 ‘대형’ 작업이 많은 조각 전문 미술관을 차린다는 생각이 이미 보통 이상이기 때문이다. 숙명여대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년 3억원씩 적자’를 보는 사립 미술관을 기업이 아닌 개인이, 그것도 20년 동안이나 끌어온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란미술관을 제가 45살이던 1990년에 개관했는데 나중에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전환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원래 미술관을 세우게 된 것도 해외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조각공원에 심취한 나머지 ‘나도 저런 조각공원을 세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발단이었으니까요.”

이연수 관장이 단순히 조각공원만을 조성하려고 한 것이 아님은 국공립 차원이 아니면 좀처럼 열기 힘든 국제 조각 심포지엄(‘모란국제조각심포지엄’)을 개관 2년 만에 개최한 것에서 드러난다.

“1992년에 조각 전문 미술관으로 국제 조각 심포지엄을 열었어요. 국내외 조각가 10여 명이 3주간 먹고 자면서 현장에서 작업을 했는데, 비행기 왕복표 등 초청비, 체류비, 재료비 등 전 비용을 우리 미술관에서 댔어요. 지금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해요. 생각해보면 그땐 잘 모르고 정말 겁도 없이 시작한 거예요.”

20년의 지난 세월을 추억하며 이 관장은 지난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초창기에는 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사람들이 오는 게 싫은 적도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조각품을 훼손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직원들에게 오후 3시만 되면 철문을 걸어 잠그라고 하고 나 혼자서만 마치 내 정원인 양 조각들을 감상한 적도 있어요.”

미술관 운영 이력과 비례해 이런 그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사람들이 오기만 해도 고마워요. 3000원이나 되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사람들이잖아요. 전시장에 있는 관람객들에게 내가 직접 커피를 타서 건네준 적도 있을 정도예요”라며 웃는다.

그에게 있어 미술관이란 무엇일까.

“문화는 공유해야 해요. 관람객을 우선으로 생각해야죠. 조각작품을 내 소유인 양 꽁꽁 묶어놓아서는 안 돼요.”

실제로 이 관장은 미술관이 설립된 지 5년째부터 ‘사회적 미술관’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미술관의 역할은 전시, 출판, 교육, 수집, 강연 이렇게 5가지다. 이 5가지를 하지 않으면 미술관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인생의 역작’인 미술관을 만들면서 그는 어떤 마음으로 지내왔을까.

“젊은 날을 다 바쳐서 다른 데 한눈 안 팔고 이 미술관 만든 거예요. 집과 미술관만 왔다 갔다 하는 세월을 보낸 거죠. 지금 미술관 부지가 8600평인데 부지를 살 당시 땅 주인만 10명이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는 다른 데 안 가고 공사 현장에 와서 돗자리 깔고 건물이 세워지는 걸 보면서 지냈어요. 그렇게 세운 미술관이기 때문에 또 즐겁게 일해요.”

누구나 손사래를 칠 만큼 운영이 어렵다는 사립 미술관을 끌어가고 있지만 그는 “못마땅한 얼굴의 사립 미술관 관장들이 못마땅하다”고 한다.

“개인이 꾸려가는 사립 미술관들은 다들 운영이 어려워요. 그렇지만 나는 울상 지으면서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건 몰라도 미술관 같은 문화 사업은 그런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적자 운영인데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수익사업은 다음 세대로 미뤄두었다고 말한다.

“장사를 못 해서 그런지 내 세대엔 적자 운영은 못 면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다음 세대는 달라져야죠. 지금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조각 미술관으로 인정을 받고 조각하시는 분들이 감사의 인사를 보내주시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져요.”

미술관의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뜻밖에도 “문화센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젊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 강좌를 운영할 거예요. 여기 남양주에 아파트가 많이 생겼거든요.  정부 차원에서도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직접 미술사 강의도 하고 실기도 가르치는 미술 강좌를 운영할 거예요. 유아반도 신설할 생각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