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성폭력,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 김영란 /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숙명여대 역량개발센터장
  • 승인 2010.07.30 11:35
  • 수정 2010-07-3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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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뉴스에선 성폭력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강용석 국회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정부 초등학교 교장의 교사 성희롱, 고창군수의 여직원 성희롱, 호텔 사장의 여직원 성희롱, 현역 해병대령의 운전병 성폭행 등 소위 사회지도층 또는 권력을 가진 층의 성폭력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성폭력은 강간, 강제추행부터 언어적, 육체적, 시각적 기타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언어나 행동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성폭력은 은폐되거나 집단 간의 암묵적인 동의로 묵과돼왔기에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은 집단 속의 약자로서 애써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드러나기 시작한 여러 형태의 권력이 개입된 성폭력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동일한 사람에 의해 거듭되는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들과 그 주변인들은 강요된 또는 억압된 침묵 속에 있거나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통념상 성폭력은 남성에 의한 여성 성폭력으로 일반화되고 있어 남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은 더욱 은폐돼 거의 드러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부 권력계층의 성폭력이 사회적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여성을 보는 눈이 전근대적인 사고의 틀에 깊숙이 매몰되어 있고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이 얼마나 일상적인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은 자신의 권력에 집착하는 동안 폭력에 대한 일상적 저항과 변화가 작동하고 있음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과 저항’의 동시성을 고려한다면 이들은 일상적 삶 속에서의 저항을 그리고 남성과 여성이 협력적 저항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읽어냈어야 했다.

강 의원이 문제의 성희롱 발언을 한 자리에 있었던 학생은, 과거 유사한 상황에서 기분은 나쁘지만 이를 피했던 학생들과는 달리 사실 확인뿐 아니라 반박까지 했다. 교장의 교사 성희롱에 대해 해당 학교 교사 28명이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호텔 사장의 성희롱이 감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나오자 노조원들은 추가 성희롱 피해 사례를 모아 재감사를 요청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회적으로 대부분 은폐됐던 군대에서의 남성 간 성폭력은 최근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함으로써 수면위로 올라왔다. 피해자는 제출 과정에서 ‘없던 일로 하자’거나 ‘외부로 알려지면 사회에서 매장된다’는 회유와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남성과 여성 간의 협력적 저항 속에서 여전히 한 마을 주민 9명이 2008년부터 2010년 3월까지 지적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하거나 유치원 운전기사가 2009년 5월부터 2010년 최근까지 아동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건을 접하게 된다. 즉 성폭력의 문제는 남성에 의한 여성 그리고 남성에 대한 폭력과 함께 또 다른 권력 형태인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폭력, 어른의 아동에 대한 폭력으로 결국은 권력을 악용한 약자에 대한 폭력인 것이다. 그동안 성폭력은 일부 여성들의 외침일 뿐이라고 치부돼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탈성폭력 사회는 우리의 일상적 저항, 일상적 참여 그리고 행동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특히 성폭력 문제에 있어 이질적인 주체로 서있던 남성과 여성은 그동안의 모호성을 철저히 인식하면서 생활화된 협력적 저항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성폭력에 대한 성별 간의 경계 없는 협력적 저항은 일상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며 이는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한 실천운동의 변화에 강한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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