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소녀 국민참여재판 논란
성폭행 피해 소녀 국민참여재판 논란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7.30 11:33
  • 수정 2010-07-30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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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나”
시행 중인 국민참여재판에서 성폭행 사건의 증언 과정에 피해자의 얼굴이 다수의 배심원들에게 공개되고, 실질적으로 피해자에게는 배심재판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점이 보도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오가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성범죄의 피해자가 그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려야 하는 이것이 진정 대한민국의 법이란 말인가?”라고 기막혀하며 “우리나라가 성폭행에 대해 그렇게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는 수준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편견이 많은 나라인 만큼 성범죄 재판에 관해서는 비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또 “법은 선량한 사람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며 “철저히 가해자 중심이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법을 집행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또 “이건 피해자를 두 번 폭행하는 짓이다. 고쳐야 한다”는 누리꾼들은 “옛날에는 피의자의 변호사나 담당 검사가 피해자에게 당시의 ‘느낌’을 물어보고 ‘처녀’인지도 물어봤다”고 분개하면서 “배심원과 방청객에게는 얼굴이나 음성이 노출되지 않도록, 피해자 증언 시 법관만 볼 수 있게 가림막을 설치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누리꾼 중에는 “증언, 증거 확실히 해야 된다. 판결날 때까지는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정해진 게 아니다”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확정 전까지는 모든 진술은 주장일 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들은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다시 떠올려야 하니 고통스럽겠지만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 없이 뭘 파악할 수 있을까. 생각을 읽을 수도 없는 일이고”라며 “당시 상황을 진술하는 것은 시비를 가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성범죄는 범죄 특성상 무고 사례도 빈번하다”며 “원래 배심재판이란 게 배심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거고 그래서 증거에 직접 접촉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 피해자가 배심원 앞에 서서 직접 진술하는 건 배심제를 채택한 어느 나라건 똑같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나아가 “아 그럼 증언 없이 무엇으로 재판을 하나. 요즘은 성폭행 당하면 마치 독립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는 다소 거친 발언도 나왔다.

한편으론 “성폭력 문제에 관해서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창피하다고 본인 스스로가 숨고 피하려고 한다면 여성들은 계속해서 성문제에 관해서 약자의 입장이 될 뿐이다. 이건 싸움이고 모든 싸움이 그렇듯이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수치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여성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성폭행 사건은 2차 피해를 고려해 피해자 중심으로 처리되는 게 맞다”며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법률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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