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지난 16일 대학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성희롱·성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이어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호색한인 양 몰고 여성 아나운서를 성적 노리개로 매도하는 등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 정도의 최악의 망발을 한 것이다. 지난 2005년 원외의 강용석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몸매에 애도 없는 처녀인 박근혜에 대해 섹시하다는 표현만큼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는 칼럼을 쓴 적도 있다.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한나라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당의 위신을 훼손했다”며 강 의원을 제명 조치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신속하게 초강수의 징계조치를 취한 것은 일단 적절했다고 본다. 낯 뜨겁고 충격적인 ‘성희롱’ 발언이 다가올 7·28 재보궐 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은평을 지역구에서 열린 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여성 지도자이고 품격 있는 민주당 장상 후보가 당선돼야 제2, 제3의 강용석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한나라당이 이번 파문을 조기에 진압하려고 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성희롱 파문에 휘말렸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06년 2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최 의원은 당시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한나라당이 ‘성희롱 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성희롱 당사자를 제명하는 선에서 문제를 종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한나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조기에 국회 윤리위원회를 열어 야당의 동의를 얻어 강 의원을 국회에서 퇴출시키는 일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인문서적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정치권은 정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강 의원처럼 비상식적이고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발을 못 붙이도록 강도 높은 응징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장 상식적인 것은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는 만큼 강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다. 만약 강 의원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회의원직만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도 박탈시키는 초강수의 시민운동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성희롱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도 정부부처 공무원과 같이 1년에 한 차례씩 성폭력 예방과 양성평등 관련 강의를 의무적으로 듣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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