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의 산출 공식
행복지수의 산출 공식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07.23 13:39
  • 수정 2010-07-23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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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공식에 따라 달라지는 행복 지수
꿈과 희망, 기대와 열망이 행복 불러
행복이 화두다. 교보문고에 나가 보면 행복이란 제목을 단 책들이 많다. 행복한 사람을 연구 주제로 내세우고 있는 긍정심리학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불행한 사람이 많아서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인가, 아니면 행복한 사람이 많아서 행복에 관심이 많아진 것인가? 어쨌든 행복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행복이 너무 주관적인 감정이라서 행복한 사람과 아닌 사람, 그리고 행복의 정도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행복지수의 혼란이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행복순위를 산정해 발표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의 행복공식을 적용해 국가별로 순위를 매긴 것이었는데 스위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이 18위, 미국이 20위, 한국은 25위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수가 30개니, 꼴찌에서 여섯째인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경제적 선진국들의 행복지수가 대체적으로 높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이와 비슷한 경향은 영국 레스터 대학의 행복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로 각각 1, 2, 3위였다. 한국은 102위 정도였고, 콩고(178위) 등 경제 빈곤 국가들의 행복도가 낮았다.

그런데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에서 조사해 발표한 행복지수는 전혀 달랐다. 이른바 국가별 행복지수(HPI)라는 것을 측정했는데, 한국의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국 178개 중에서 102번째였다. 대체로 중간쯤에 해당돼 수긍이 가는 점이 꽤 다.우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선진 7개국(G7)의 행복지수 순위가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108위(영국), 128위(프랑스), 150위(미국)로 나타났고, 가장 행복한 나라는 바누투아(1위), 콜롬비아(2위), 코스타리카(3위), 도미니카공화국(4위), 파나마(5위)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제발전 순위와 행복지수가 거의 거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혼란스런 지표가 보이는 것일까?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과 코언의 행복지수 산출 공식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들은 2002년에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공식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18년 동안 1000명의 남녀에게 80가지의 상황을 주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5가지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행복은 개인적 특성(P)과 생존조건(E), 고차원 상태(H)의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에서 개인적 특성은 인생관, 적응력, 유연성 등을, 생존조건은 건강, 돈, 인간관계 등을, 고차원 상태는 야망, 성공, 기대, 자존심 등 사회적인 욕구를 의미한다. 이들은 이 세 가지 요소 중에서도 생존조건(E)이 개인적 특성(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H)는 개인적 특성보다 3배나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해 행복지수를 P+(5×E)+(3×H)로 수식화했고, 이 행복지수 공식을 적용해 개인과 국가의 행복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했다.

이 행복공식을 활용해 ‘월드 밸류 서베이(WVS)’라는 곳에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하곤 했는데, 2007년 8월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7개국 중 28위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도 아니고, 스위스나 덴마크같이 복지가 잘된 국가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거의 2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WVS 행복지표로는 멕시코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으로 의외로 여겨질 만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행복에 관한 심리학적·사회학적 연구가 누적되면서 경제적 조건이나 복지적 상태가 행복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예상외로 적다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결과를 의외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WVS 행복지수 연구에서 멕시코 등 가난한 나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까닭은 그 공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이 공식에서는 사람들의 야망, 성공, 기대, 자존심 등과 같은 사회적 동기가 상당히 큰 비중을 갖게 돼 있고, 인간관계의 질 역시 행복의 아주 중요한 요소로 비중 있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밝고 행복해 보이는 것은 꿈과 희망, 기대와 열망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기대와 희망이 돈과 지위보다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한다.

WVS 행복지수 상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미국, 영국보다 높다. 우리 국민의 미래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그들보다 더 뜨겁고 긍정적인 것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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