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관 ㈜시몬느 회장 “‘합리적인 명품’으로 세계 시장 이끌 겁니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 “‘합리적인 명품’으로 세계 시장 이끌 겁니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7.23 13:30
  • 수정 2010-07-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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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명품 브랜드 핸드백 제작…연간 수출규모 소매가로 3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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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asrai@womennews.co.kr)
건물을 들어서는 순간 왠지 낯이 익었다. 아이돌 그룹의 성장기를 다룬 TV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주 배경으로 사용된 바로 그 곳이었다. 드라마에서 연예기획사 사옥으로 사용되던 그 곳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모던한 감각의, 러브스토리 배경에 딱 맞는 장소였다.

이런 건물 전체가 풍기는 분위기가 바로 ‘시몬느’가 어떤 곳이라는 것을 암시해준다. 지극히 1차 산업적인 제조업체이면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의 가장 스타일리시한 산실로 변신해도 어색함이 전혀 없는 바로 그런 공간으로서의 독특함 말이다.

중앙 나무 계단을 올라가 3층으로 향하면 건물 주인의 사무실이 있다. 가방 수출업체에서 한창 잘나가다가 1987년 돌연 독립을 선언하고 창업, 세계 명품 가방업계의 숨은 실력자로 군림하는 박은관(55) ㈜시몬느 회장. 박 회장은 20여 년 저력을 모아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10월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에 핸드백 실물 모양을 본뜬 핸드백 박물관 건립과 ‘0914’ 자체 브랜드의 출시다.

내년 10월 핸드백박물관 개관과 브랜드 출시

 ‘시몬느’는 코치, 마이클 코어스, 마크 제이콥스, DKNY, 겐조, 지방시, 버버리 등 전 세계 25~30개 명품 가방업체에 명품 가방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언뜻 생각하면 단순 하청 방식의 OEM(주문자상표부착)을 생각하기 쉽지만 시몬느의 강점은 이를 넘어 ‘ODM’(제조자개발생산)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몬느는 미국 유명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핸드백 물량의 40%를 제작하고 미국 3대 디자이너 브랜드 핸드백 물량을 대부분 소화하면서 연간 해외에서 올리는 매출 규모만도 3억 달러(약 3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시몬느와 박 회장은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디자인 개발 총수 14만 개

“우리 고객들은 다른 업체에 비해 10~15% 더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이다. 그래서 바이어들이 ‘너희는 가격경쟁력은 별로 없으나 시장경쟁력은 뛰어나다’고 말하곤 한다. 참 모순적인 말 같지만, 단기적으론 더 비싸게 구입해도 1년을 통째로 보고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해보면 더 실속 있고 이득이 남는다는 얘기와도 같다. 사실이다. 인원 관리비용이 우선 대폭 줄고, 생산, 배달, 품질관리에 이르기까지 더 신속하면서도 실수는 최소화된다. 그러니 오래 거래할수록 그에 비례해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입장에선 남보다 10% 더 받기도 하지만 남보다 3~5%의 비용을 더 쓰게 된다. 반면 고객서비스를 다원화해 여기서 부가가치를 더 내는 곳이다. 그래서 수출제조업체로선 이상할 정도로 마진율이 더 높다는 말을 듣곤 한다.”

시몬느의 성공 사례는 카이스트, 한양대, 동국대 등의 연구 사례가 되고 있고, MBA과정에서도 주요 사례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의 시몬느에 대한 자부심 중 하나는 ‘공장’이 아닌 ‘풀 서비스 컴퍼니’(Full Service Company)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바이어와 나누는 대화 중 상당 부분이 ‘콜렉티브 위즈덤’(collective wisdom), 즉 서로가 갖고 있는 경험과 지혜를 모아 공유하고, 이 과정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포지셔닝(positioning)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갑과 을의 공급 위주의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맺는 파트너”라는 것. 때문에 한 브랜드가 세상에 나와 걸음마부터 단단히 땅에 발을 붙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한다.

“사실 시몬느야말로 ‘히든(hidden) 챔피언’이다. 전 세계 핸드백 제조업체 중 우리 회사가 제일 규모가 클 텐데, 연간 수출 규모는 소매가로 3조5000억원(약 25~30억 달러)에 이른다.

비유를 들자면 우리는 자체 극장을 가지고 있고 무대는 물론 연출자까지 있는 셈이다. 소품, 의상, 조명도 다 해줄 수 있다. 무대에 배우만 직접 안 설 뿐이다.

생존의 조건은 엄격하다. 한 브랜드의 성공은 재주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재능·마케팅·자본 세 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 수백 개 브랜드 중 10년 후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두세 개에 불과하지 않는가. 이건 내가 스스로 만든 말인데, 모든 패션 제품의 기본은 3W(Well design·Well produce· Well price)이며 이것이 조직의 멘털리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어서 “그 숱한 세월 동안 DKNY 하나만 보더라도 회장부터 디자이너까지 몇 사람씩 바뀌고 있는데, 우리 회사는 거의 변동이 없다. 그래서 감히 뿌리는 우리가 더 깊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향후 명품의 미래 청사진은 무슨 모습일까.

그는 1995년 이래 현재까지 15년 간 세계 패션계의 총아는 단연 핸드백으로 가히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평했다. 바꾸어 말하면 의류 패션은 불확실한 미래로, 핸드백 패션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장밋빛 미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디자이너 세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업종은 핸드백 디자이너다.

“왜 여성들이 핸드백에 그토록 열광하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더니 인상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옷이라도 옷은 매일 입을 수 없지만 핸드백은 20~30개가 되더라도 특히 즐겨 드는 게 있게 마련이고, 각각 쏠쏠한 사연이 있다더라. 가령 이 핸드백은 누가 사준 것이라든지, 저 핸드백은 그와 헤어지던 날 든 것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결국 핸드백은 여성들에게 있어 자신의 삶의 자취가 가장 많이 각인돼 있고 묻어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공장에 ‘파크’ 개념 도입해 CSR 평가 받아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시몬느 본사 건물. 2003년 한국건축문화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면모를 인정받았다. 건물 내부는 박은관 회장이 해외출장 때마다 미래 사옥을 염두에 두고 수집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으로 채워져 있다. 내부 메인 로비에선 상설 전시회와 함께 연례적으로 시몬느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 왼쪽부터) 사옥 외관, 고급스러운 응접실을 방불케 하는 임직원 휴게실, 그리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젠 스타일의 정원.free prescription cards sporturfintl.com coupon for cialis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시몬느 본사 건물. 2003년 한국건축문화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독창적이고 친환경적인 면모를 인정받았다. 건물 내부는 박은관 회장이 해외출장 때마다 미래 사옥을 염두에 두고 수집한 다양한 장르의 예술품으로 채워져 있다. 내부 메인 로비에선 상설 전시회와 함께 연례적으로 시몬느 콘서트가 열린다. (사진 왼쪽부터) 사옥 외관, 고급스러운 응접실을 방불케 하는 임직원 휴게실, 그리고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젠 스타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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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제 명품 핸드백의 대세는 ‘합리적인 명품’(affordable 혹은 accesible luxury)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시몬느가 생산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어퍼더블 럭셔리류다. 우리의 강점이기도 하다. 한때 명품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까지도 3년째 명품 소비가 줄어드는 추세이고, 미국과 유럽은 이미 천장을 쳤다는 판단이다.

반면 우리나라 시장에선 국민소득이 3만5000 달러, 4만 달러가 될 때까지는 명품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명품 시장의 20~30%를 움직이고 있다는 중국 시장 역시 머지않아 어퍼더블 럭셔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명품 시장에 대한 판단이 냉철한 박 회장이지만 그래도 에르메스,  카르티에, 샤넬 등의 프리미엄 럭셔리에서 취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그들의 포장술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필수 요소가 브랜드 스토리와 판타지다.

“루이뷔통은 1700~1800년대 마차여행이 시작되면서 귀족들의 옷, 화장품, 모자 등을 담는 여행가방에서 시작됐다. 그후 사라졌다가 1970년대 거대 자본이 패션 시장에 들어오면서 루이뷔통을 재탄생시켰다. 작업은 정교했다. 작가, 큐레이터, 제작자 등이 동원돼 하나의 스토리 텔링을 만들어냈다. 제품당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준 셈인데, 예를 들어 제품의 뿌리를 ‘이것은 1850년대 파리 출생으로’ 식으로 성형하고 과장하는 것이다.

두 번째 작업은 고객에게 판타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60대 마스터의 주름이 새겨진 얼굴을 확대해 미싱 땀을 하나하나 놓는 모습과 일본 긴자 거리의 50대 할머니가 ‘내가 산 이 물건은 60 평생을 이것만 만들어온 할아버지가 꼬박 닷새에 걸쳐 만들어낸 것’이라고 흡족해 하는 그런 판타지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들 명품이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믿는가.”

박 회장의 시몬느에 대한 자랑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그동안의 개발 디자인 총수가 14만 개에 이르고 직원들 중 핸드백 제조와 디자인 관련 경력을 다 합쳐 시간으로 환산하면 2700여 년에 이른다는 어마어마한 물량적 증거와 이력이다.

“이탈리아나 미국을 가도 시몬느가 최고라는 자부심엔 변함이 없다. 나의 경영철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같이 나눠먹는다’는 데서 출발한다. 게다가 이 업종 자체가 젊은이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

현재 240명 직원 중 절반 이상이 10년 넘게 근무한 이들이다. 여직원도 50%가 넘는다. 대졸자를 1년에 20명 정도씩 뽑는데, 면접 성적으로만 한다면 여성을 90% 이상 뽑아야 할 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공장 파견도 있고 해서 30% 남성 할당은 지키려고 애쓰는 편이다(웃음).

우리 직원들은 어학, 경영, 법학 등 전공은 다양하지만 일단 시몬느에 들어오면 디자인 분야까지 다 하기에 3년 정도 근무하면 얼추 스타일리스트가 된다. 베테랑 스타일리스트가 되는 데 5~10년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 안정된 인력의 경쟁력이 바로 무서운 경쟁력 아닌가.”

젊은 시절 잦은 해외출장에서 마주친 글로벌 기업들의 20~30만 평 부지 위에 세워진 자연친화적인 사옥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창업 당시 15명의 직원들에게 삼겹살을 구워 주며 소위 선진국가 대기업들의 오피스 캠퍼스나 팩토리 파크 개념의 사옥을 약속했다는 박은관 회장.

“집에 황금이 있으면 뭐 하나, 하루14~15 시간을 줄창 있는 곳은 바로 이 곳 우리 회사인데”라는 지극히 단순하고 실제적인 생각에서 비롯됐단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 광저우 판유 공장이나 베트남 공장 역시 ‘파크’ 개념을 살리려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각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바로 사옥에 대한 그의 이런 생각이 비즈니스에 꽤 도움이 됐다. 해외 고객들에게 그의 공장이 직원 경쟁력을 높이는 복지시설로 비치면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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