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대상에서 ‘고급 주거타운’으로 전환 중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아파트는 영원한 ‘블루칩’으로 통한다.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강남 집값이 항상 먼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개포주공 등 재건축 단지를 필두로 강남지역 아파트 시장이 가장 먼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이어 목동, 분당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는 패턴을 그려왔다. 또 하락기에는 웬만해서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DTI 규제강화 조치 이후 강남 집값이 주춤함에 따라 ‘강남 헤게모니’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면서 강남 불패신화에 금이 가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연초 대비 1억5000만~2억원가량 가격이 내린 급매물이 출시되는 등 강남 아파트 시장이 일종의 ‘공황 사태’를 맞고 있다. 지난해 DTI 규제강화 조치 이후 수요자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자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부동산에서 금융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강남 아파트 시장의 침체 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대세하락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록 현재는 하향안정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은마, 개포주공, 잠실주공5단지 등 재건축 아파트의 사업 추진 여부와 그 속도에 따라 강남권 집값 변동 가능성은 여전히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이 강남이란 특정 지역의 ‘이례적인’ 집값 현상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인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집값 상승기에 소득 증가 등이 맞물릴 경우에는 집값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선진화될수록 주거의 질에 대한 만족 추구 경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입지와 유형별 집값 재편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였다.

요컨대 강남권의 이례적인 인기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 수요의 고급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즉 제조업에서 지식산업으로의 경제구조 재편, 최상위 계층의 주택 구매력 증가, 글로벌 동조화 등에 따라 강남 집중화 내지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강남 핵심 지역은 장기적으로 보합 또는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단, 예전처럼 단기간에 몇 천, 몇 억씩 폭등하는 기현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아파트 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면서 실수요 중심으로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아파트 가격을 미친 듯이 끌어올리는 투기수요는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강남은 부동산 재테크 상품이나 부동산 투기의 핵심 대상이라기보다는 고급 주거타운으로서 본래의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남 핵심지역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반면 뚜렷한 이유 없이 가격이 많이 오른 강남 외곽지역의 경우 가격 하락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