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구미호들 안방극장 점령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구미호들 안방극장 점령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7.23 13:23
  • 수정 2010-07-2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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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여우누이뎐’ 구미호의 모성과 성장 담아 호평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깜찍 발랄한 신세대 구미호로 기대
올 여름 안방극장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 요괴가 장악한다. ‘구미호’를 소재로 한 드라마 두 편이 나란히 방영되는 것. KBS2 TV의 ‘구미호 여우누이뎐’(극본 오선형·정도윤, 연출 이건준·이재상)은 지난 20일에 방영된 6회분이 12.6%(TNmS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고, SBS TV는 8월 11일부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극본 홍정은·홍미란, 연출 부성철)를 선보인다.

두 드라마는 모두 ‘인간이 되기 위해 남성들의 정기를 빼앗으며 숨어살지만, 결국 정체를 들키고 비극적 결말을 맞는’ 기존의 천편일률적이던 ‘구미호’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의 구미호를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모성을 가진 인간적 구미호를 그렸으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구미호를 현대사회로 소환해 신민아와 이승기라는 두 청춘스타를 등장시켜 색다른 이야기를 꾸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대 국문학과 이명현 연구교수는 “인간과 구미호가 소통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줘 이전에 반복되던 부정적인 구미호 이야기 전개 방식을 벗어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했다. 한국의 전통적 이야기나 영상물 속에서 구미호는 오직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늘 남성과 성적관계나 애정관계를 형성했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 남자를 유혹해 정기를 빼앗는 존재로 그려졌던 것이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최기숙 교수는 “여성은 매혹적이지만 이해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기에 두려운 존재라고 상상했던 것”이라며 “여성을 구미호로 표현하는 것은 여성을 이질적인 존재로 바라보려는 타자적 시선이 함축돼 있다”고 말했다.

구미호는 또 깊은 밤 숲속과 묘지를 배회하면서 사람을 해치고 간을 파먹는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려져 늘 퇴치의 대상이었다. 이명현 교수는 “구미호는 인간을 위협하는 부정적 존재로 인식됐다”며 “특히 남성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부정적 존재로 나타났다. 구미호의 한은 단지 구미호의 한만은 아니라 남성중심 사회에서 희생을 감내한 여성들의 한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요즘 방영 중인 ‘구미호 여우누이뎐’은 전통적인 처녀 귀신의 슬프고 처참한 형상 대신 ‘구미호의 모성’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3일 4회분에는 반인반수인 딸 연이(김유정 분)의 정체가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구미호(한은정 분)가 계곡으로 몸을 던져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도 여성의 능력은 표출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사회적 지위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성적 힘이 모성으로밖에 표출될 수 없는 사회구조에서 모성은 폭발적인 응축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 점차 구미호의 속성을 드러내는 반인반수의 연이는 인간도, 여우도 아닌 구미호의 정체성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는 자신에게 내재된 잠재력이자 본성인 구미호라는 속성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최 교수는 “드라마가 ‘연이’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건드렸으면 한다. 자신의 본능에 충실할지, 아니면 이성으로 통제해 인간다운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지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면 구미호라는 타자를 통해 현실 사회를 반성하는 환상문학의 본질을 충실히 계승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베일을 벗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현대 여성으로 둔갑한 구미호와 인간 남성의 사랑을 유쾌하게 표현해 기존에 공포물 소재로만 여겨지던 구미호를 새롭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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