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노조 파업 중 성추행 논란 일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단체협상을 두고 파업을 벌이던 현장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KEC지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지난 6월 30일 새벽 경북 구미 KEC 공장 기숙사에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이 기숙사를 막고 노동자의 움직임을 가로막으면서 사건은 발생했다. KEC지회 한 관계자는 “새벽 1시30분쯤 연락을 받고 노조 사무실에 도착했더니 이미 상근하던 20여 명 조합원이 사무실에서 쫓겨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거의 동시에 기숙사생이 ‘기숙사 정문으로 용역직원이 겹겹이 서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전화가 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황해 1층 로비로 내려왔던 한 여성이 용역직원에 의해 사지가 들려 밖으로 끌려 나왔는데 이때 남성 용역직원이 여성 뒤에서 가슴을 잡고 옮긴 것”이라며 “당사자가 손대지 말라고 소리쳤음에도 불구하고 용역직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임신한 사실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으로 끌려나온 여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성화 민주노총 여성사업 담당자는 “일반적인 파업 현장에서 팔을 잡아당기는 식의 불쾌한 신체접촉은 비일비재하지만 2005년 포스코 파업 때 임신한 조합원 가족에 대한 폭력으로 유산한 사례 말고는 최근 2~3년 내 새벽에 여성이 대부분 기거하는 기숙사에 용역직원을 투입한 적은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 8일 발표한 사측 입장문을 통해 “본 사태의 본질을 왜곡해 ‘여사원에 대한 감금과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등 사실무근의 내용을 유언비어로 날조해 조합원을 호도하고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

KEC지회는 지난 4월부터 노조전임자임금지급 등 사안을 두고 단체협상을 진행하다 파업을 시작해 13일 현재 27일째 파업 중이다. 심부종 KEC지회 사무장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김천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14일 고소인 진술을 하는 등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금속노조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지난 7일 서울 양재동 KEC홀딩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C의 폭력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불법 투입한 용역깡패의 반인륜적, 반여성적 행태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반도체 부품을 제작하는 KEC는 구미 일대에서 여성에게는 일하기 좋은 직장이었다고 한다. 한 여성 조합원은 “3교대이긴 하지만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도 대부분 10여 년씩 근속할 정도로 근무환경이 좋은 곳이었는데 충격”이라며 “빨리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사는 교섭과 관련해 일체의 대화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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