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부친“양국 협력해 다시는 이런 일 없길” 염원

“응옥은 착하고 효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집이 가난해서 창자가 끊어질 만큼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의 행복을 위해 외국으로 시집보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되었다니 저의 마음은 칼로 후벼 파는 것처럼 아픕니다.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베트남 익스프레스 7월 13일자 기사).

스무 살에 유명을 달리한 베트남 여성 탁티황응옥씨의 아버지 탁상씨의 애끊는 심정이다.

이번 응옥씨의 비극에서도 가족들은 사건 후인 9일에서야 읍내 직원에게서 한국에 간 딸이 남편과의 말다툼 끝에 “신랑 장씨가 신부의 뺨을 때려 바닥에 넘어졌는데 바닥에 뾰족한 것이 있어 맹장수술한 지 얼마 안 된 부위를 찔러 죽게 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만 응옥씨는 맹장수술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역시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그의 친구도 TV에 보도된 응옥씨의 사건 현장에 피가 많이 보였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물론 결혼 단계에서 응옥씨와 그의 가족은 신랑이 심한 정신병으로 신부를 만나러 가기 5일 전에 입원을 했고, 신부의 눈치를 꺼려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자신의 친모까지 공격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탁상씨 가족은 양국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 도착, 15일 화장장에서 딸을 떠나보냈다. 탁상씨는 귀국을 앞두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응옥씨의 경우에서처럼 결혼중개업체의 무책임한 결혼 주선은 간혹 한국 남성도 피해자로 만든다. 여성긴급전화 경북1366에 따르면 안동에선 2008년 말 정신병력을 속이고 결혼에 성공해 입국한 베트남 여성이 갈수록 이상행동을 보이자 고심 끝에 한국인 남편이 신부를 맞은지 한 달도 안 돼 농약으로 음독자살을 했다.

이후 경북1366을 중심으로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안동병원 등이 이 여성의 밀린 병원비 800만원을 해결해 퇴원시키고 주한 베트남 대사관과 연락을 취해 입국 1년여 만에 자국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주여성의 인권을 다루는 현장 전문가들은 “초기엔 농촌 총각이 주요 고객이었는데 점점 한국에서도 결혼하기 힘든 형편의 장애인이나 고령자,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어 이혼한 남성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선 국제결혼중개업체에 조폭까지 가세하는 등 점점 ‘인신매매’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주여성 인권문제에 있어 법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우리나라의 국제결혼 현실은 ‘인신매매’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여성폭력의 비참함을 또 다른 열악한 국가의 여성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30여 년을 여성운동을 했는가.”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의 절규가 계속 메아리치면서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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