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8750원으로 2인 가구 한달 생활
열흘 생활에 벌써 50% 빠져나가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는 이소영(21)씨는 참여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하고 있다. 체험 12일째 소영씨는 남은 18일 동안 턱없이 부족한 잔액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디서 더 생활비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북구 장수마을, 하늘아래 첫 동네인 그곳에 들어서서도 이리저리 얽힌 골목을 돌아 도착한 소영씨의 집은 ‘쪽방’과 비슷해 보였다.
소영씨는 보일러도 없는 이 집에서 ‘2인 가족’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아내야 한다. 원래 한 집이었다는 이 건물은 합판으로 칸막이를 만들어 다섯 집이 됐단다. 제일 안쪽에 위치한 소영씨의 집에는 그나마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화장실이 있지만, 다른 집들은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한다.
월세 20만원을 지불한 이 집은 벽이 합판이다 보니 방음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다섯 집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세탁기도 소영씨 집 안에 놓여 있어 열쇠를 주인에게 맡기고 다닌다고 한다. 바깥을 향해 나 있는 창문에는 방범장치는커녕 모기장도 없어 소영씨와 동거인이 이사와 붙였다고 한다. 특히 잠금장치도 없는 부엌 창은 이웃집 옥상과 연결돼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형편이다. 주변에 산재돼 있는 빈 집 또한 소영씨와 동거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2010년 ‘2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85만8750원이다. 그 중 주거비로 책정돼 있는 금액은 14만8104원이다. 이 집에 살기 위해 소영씨와 동거인은 주거비로 벌써 6만원가량을 더 지불한 셈이다. 성북구 삼선동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서울시 어느 곳에서 14만원짜리 월세방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여연대는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2007년 이후 3년 만인 올해 8월 말에 실시하는 최저생계비 계측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체험단은 한 달 체험, 릴레이 체험, 온라인 체험으로 이루어지며, 한 달 체험도 1인 가구,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로 나뉘어 총 11명이 생활하고 있다. 소영씨는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2인 가구’ 최저생계비를 장수마을에서 직접 체험 중이다.
평소 30만~40만원의 용돈을 쓴다는 소영씨는 2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85만원 정도라 ‘살아볼 만할 것’으로 생각했다.
“살아보니 이건 용돈이 아니라 생활이더라고요. 하루 세 끼를 해결해야 되니 실제 생활에서는 턱없이 부족해요. 처음 생활을 시작할 때 주거비 20만원, 여기서 지정해준 물품 외에 가지고 온 물건에 대한 공제액 3만9000원, 2명 휴대전화 기본비 2만4000원을 빼고 나니 손에 쥐는 건 59만원 정도였어요. 1주일 생활했는데 최저생계비의 50%를 썼더라고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인 최저생계비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조조할인 영화를 보고 왔다는 소영씨는 “2인 가구의 ‘교양오락’비가 1만6764원으로 책정돼 있어 그 금액으로는 한 달에 영화 한 편을 볼 수가 없고, 3D 영화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며 분개했다.
9만68원으로 책정된 ‘교통비’도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동거인과 복지관으로 봉사하러 다니는 소영씨에게는 뭉텅뭉텅 빠져나가는 돈이다. 3만7549원인 ‘보건의료비’에는 여성 생리대 비용까지 포함돼 있어 일반적으로 4000~5000원을 웃도는 생리대 비용도 부담스럽다. 자신의 피부 상태에 따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저렴한 것을 구입하다 보니 보호받아야 할 여성들의 모성 또한 최저생계비는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의 열악한 보안 상태보다 식료품비가 계속 줄어가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하는 소영씨는 이제 한 끼에 1800원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20일 정도 지났을 때 뭘 먹고 있을까 생각을 해요. 점점 여유가 없어져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손에 들고 있는 걸 보면 ‘저거 내 밥값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열등감 같은 게 느껴져요. 저야 한 달 하는 체험이지만 진짜 이 돈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정말 힘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