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병원에서 처음 들은 말은 “고위험 산모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자연분만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자연임신이 됐고 건강 체질이라 별 걱정하지 않았는데 의사선생님이 하도 겁을 주는 바람에 괜히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서 자연분만에 좋다는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공원과 가까운 수목원에서 자연과 호흡하며 산책하는 일도 꾸준히 했다.

임신 6개월이 됐을 때다. 병원에선 고령 산모는 기형아 출산, 특히 다운증후군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양수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사실 권했다기보다 거의 반강제로 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 산부인과에서 하는 검사는 너무 많다. 임신 기간 동안 거의 매달 주기적으로 소변검사, 초음파검사를 했고 후반기에는 태동검사, 심장박동검사를 한다. 거기에 양수검사까지…. 그야말로 아기가 뱃속에서 편안하게 지내는 꼴을 못 보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과정을 겪은 후 임신 38주에 서연이를 출산했다. 예정보다 일찍 낳은 그날은 외국에 나가 있는 아이 아빠가 도착하지 않았고 담당의사도 세미나 참석으로 자리에 없어 친정엄마가 없었다면 홀로 아이를 낳을 뻔 했다. 나는 진통이 시작되는 동안 분만 대기실에서 끙끙대며 힘주기와 호흡을 했다.

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던 엄마는 “아직 멀었네. 하늘이 노래져야 아기가 나와…” 했다. 간호사와 의사에겐 “애가 나이가 많아서 창피해서(?) 소리도 못 지르는 거예요” 하며 애쓰는 나를 변명해줬다. 사실 나는 창피하거나 아프지 않아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게 아니라 늙은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로 탄생의 순간을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생각해보니 나 참 애 많이 썼다).

임신하면 피곤하고 걱정되고 몸과 마음에 부담이 많이 된다는데 난 별로 그렇지 않았다. 입덧도 심하지 않은 편이었다.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워서 불러오는 배를 보며 뿌듯해 했다. 참 행복했다. 어떤 아기가 나올까,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열 달을 보냈다. 그 열 달을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으로 즐기기로 했다. 막달이 되자 더 이상 운전은 무리였다. 풍선처럼 빵빵해진 배가 행여 핸들에 눌리지 않을까(?) 걱정이 돼 대중교통을 이용해 볼일을 보러 다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아주머니나 아저씨, 젊은 남자들은 제일 먼저 자리를 양보해줬다. 아줌마들은 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안쓰러운 눈길과 요즘 같은 때 아기를 가졌다며 축하한다는 말까지 덧붙여주는 분도 계셨다. 가장 뭉그적거리거나 아예 못 본 척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 여자들(난 미성숙한 그들이 어리다고 본다)이었다. 임신·출산 경험이 없어 보이는 그녀들은 임신부에 대한 생각을 그저 겉으로 보이는 배불뚝이 뚱뚱한 여자 정도로만 보는 게 아닐까? 그녀들이 임신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고 부른 배를 부러워할 때 우리나라 출산율이 높아질 텐데 말이다.

출산 에피소드 하나

아기를 받던 의사선생님 말씀~

“어머나, 자궁만 튼튼한 줄 알았더니 골반도 너무 좋아요…. 정말 신이 내린 자궁이네요. 얼른 둘째 낳으세요~”

‘저 마흔셋이거든요. 사실 하나도 벅찬데….’

출산 에피소드 둘

늦은 나이에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달려왔다. 그 중 한 친구의 말. “혜영아, 너도 라식수술 해. 아기 키우려면 안경 쓰면 불편해~”

다른 친구가 한마디 한다. “무슨 이 나이에 라식 수술이야. 노안이 오고 있는데….”

‘얘들아 나 방금 아기 낳았거든. 노안이라니,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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