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김춘봉이라는 남성 변호사는 당시 헌법 제8조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 자기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법률질서의 불화(不知)로서 발생하는 가정적·사회적 비극이 허다함을 생각할 때, 본서(本書)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을 저술의 동기로 전제하며 ‘여성과 법률’이라는 명칭의 교재를 집필했다. 저자는 여성의 삶에 가장 밀접한 문제로서 가족법과 형사법 편을 저술했고,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남성 본위의 현행법상 여성의 지위가 대단히 미약함을 우리 가족제도상 부득이한 일로 여길 것인지 의문시하면서 저자는 헌법상 규정된 여권의 향상을 기함으로써 여성도 완전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정될 민법전에 기대되는 바 多大하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가 본서를 저술할 당시 한국의 민법은 일본 민법을 의용하고 있었던 시절로, 처(妻)의 재산에 대한 관리권이 부(夫)에게 귀속되어 있는 등 오늘날과 비교해 여성의 법적인 지위가 더욱 불평등에 놓여 있던 시기였다.

1년 후 한국 최초의 여성 사법고시 합격자인 이태영 변호사가 ‘한국의 이혼제도’를 특히 여성의 지위를 중심으로 저술한 서적이 나왔고, 이어 1958년 이태영 변호사는 ‘(백문백답) 여성법률상담실기’라는 명칭으로 당시 본인이 창립하여 활동하던 여성문제연구원을 발행자로 하여 출판했다. 이것은 한국에서 여성이 법을 알지 못해 경험하게 되는 불이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비교적 초기의 저술로 이미 당시부터 법이 남성 중심적이며 법체계가 여성에게 매우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어떠한 이유에서 여성과 법에 대한 관계를 주목하게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법을 생각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로운 어떤 것을 떠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있어서 주체할 수 없는 부당함을 경험했을 경우 법에 의존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인 받고 자신이 받은 불이익을 상쇄하기를 희망한다.

법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법을 정의하는 방식에도 반영돼 있다. 수세기 동안 법은 객관성, 중립성, 합리성 등의 근거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규범으로 규정돼 왔다. 그것은 법이 주체의 특성에 따라 결론을 달리하지 않는 공평함을 본질적 속성으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 사고틀을 형성하는 이러한 체계는 객관성, 합리성, 중립성 등의 추구를 통해 주관적 판단에 의한 자의성의 개입을 막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 실현을 위해 요구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며, 이는 법 존재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돼왔다.

그러나 일반인의 이러한 법에 대한 기대와 달리 법이 진정으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성운동의 역사는 여성에게 부당하고 차별적인 법에 대한 제·개정을 요구한 일련의 흐름이었다. 이것은 법이 항상 여성에게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법률 주체로서 여성을 정당하게 인정하지도 않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어 법은 그 시대 사람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체계였다.

그리고 법이 그러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사회의 절반의 성에게 법이란 더 이상 정의와 평등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법질서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차별적인 인식이 반영된 법을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정의와 평등을 저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법이 진정으로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체계로 정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법체계에서 가시화되지 못한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법체계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진정으로 정의롭고 평등한 권리를 각 개인에게 인정하고 보장해 줄 수 있는 보호 장치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법체계에서 여성의 가시화되지 않은 경험이 요구되는 이유이며, 법이 추구하는 진정한 정의에 다가가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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