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 아이에게 “엄마는 널 기다리고 있다” 속삭이기도
‘내 몸·내 아이가 더 소중하다’는 신념으로 어려움 넘겨

 

출산장려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임신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출산장려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임신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0월 10일 ‘임산부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임신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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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DB
주부 이수진(29·경기 안양시)씨는 현재 임신 6개월째다. 제법 배가 불러서 이젠 누가 봐도 예비 엄마지만 지하철, 버스 등에서 좌석을 양보 받는 것은 가물에 콩 날 정도다. 지하철 객차 중간에 마련된 임신부 배려석 앞에 서도 승객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씨는 “임신 초기에는 별로 표가 나지 않아 양보 받으리라 꿈도 꾸지 않았다”며 “노약자석에 앉았다가 생면부지의 할아버지한테 맞았다는 임신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선지 노약자석에 앉기도 무섭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부 배려석 스티커가 부착된 좌석에 천연덕스럽게 앉아 있는 이들도 원망스럽기만 하다. 이씨는 “차라리 배려석이 없었다면 기대조차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출산이 문제” “이러다 한민족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쉽게 하며 여성들에게 출산을 ‘강요’하지만 막상 임신한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찾기 어렵다. 임신부 배려 캠페인도 병원이나 단체 등의 일회성·홍보성 이벤트에 그치고 있다. 지하철의 임신부 배려석, 버스의 핑크색 좌석도 엉뚱한 사람들이 앉아 정작 임신부가 그 앞에 서면 시선을 외면하기 일쑤라고 임신부들은 입을 모은다. 직장 분위기도 임신부들에겐 별로 친절하지 못하다.

개인병원 간호사인 김현정(가명·31)씨는 임신 6개월에 접어들면서 조기진통 증세가 보여 일주일간 입원했다. 매일같이 오후 9시를 훌쩍 넘기는 야근과 토요일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특근으로 무리했기 때문. 처음 임신을 확인한 후 회사에 보직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그런데 문제는 퇴원 후 불거져 나왔다고 한다. 상사가 그를 부르더니 회사에 계속 다닐지, 출산휴가는 쓸지 물어왔다. “출산휴가 3개월 동안 대체 인력을 어떻게 구하느냐”며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법적으로도 보장된 당연한 출산휴가에 주눅 들지 말자고 다짐했기에 “출산휴가 후에도 회사에 돌아와 열심히 일하겠다고 확실히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임신할 동료들을 위해 좋은 선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무원 손혜영(가명·35)씨는 “임신했을 때는 이기적으로 변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손씨는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해지자 업무 중간 중간 과일을 조금씩 먹어 가라앉혔다. 혼자 뭘 먹는다는 것이 민망했지만, 직장 동료들에게 몸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이해를 구했다. 맡은 업무는 업무시간 내에 처리하되 술과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회식 자리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고 정시 출퇴근을 지켰다. 손씨는 “상사나 동료들에게 눈치가 보이지만 내 몸과 내 아이가 더 소중하다”며 “직장생활이 힘들어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사무실에서 태동을 느낄 땐 아이가 조용히 격려해주는 것 같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둘째 아이나 셋째 아이를 임신한 경우 가족의 배려나 인식이 첫째 때만 못한 것도 문제다. 주부 이정화(38)씨는 3년 전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식구들과 이웃, 친구들의 놀란 시선에 마음을 다쳤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은 “아이 둘도 힘든데 셋째까지 어떻게 키우느냐”며 걱정했다. 남편 역시 첫째 아이 임신 때처럼 신경써주지 않는 듯했다. 임신으로 몸이 힘들었지만 집안 대소사에 게으름 한번 피울 수 없었다. 그럴수록 더 힘을 냈다. 이씨는 “뱃속 아이에게 엄마만큼은 널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곤 했다”면서 “태교 덕분인지 셋째가 가장 애교도 많고 예쁜 짓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놀라고 걱정되더라고요. 주변 사람 누구보다 예비 엄마가 제일 심란하죠. 결국 낳고 키우는 것은 오로지 제 몫이니까요.

일부러 사람들에게 표시 나도록 임신 초기부터 임부복을 입고, 힘들 땐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사항을 말했어요. 그 아이가 이제 두 돌이 됐어요. 내리사랑이라더니 셋째가 무척 예쁜 거 있죠?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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