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합격 13세 천재 소녀
‘강요’학습으로 성매매 여성으로 전락

1997년 영국 언론을 들썩이게 한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13세 소녀가 옥스퍼드 대학 수학과에 합격한 것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유명한 과외 교사로 ‘학습 가속화 기법’이라는 획기적인 학습법을 개발한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지도로 이 방법을 익혀 수피 유소프는 21세 이하 응시생 중 8등으로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이로 말미암아 유소프의 아버지는 자녀를 위한 새로운 교육법의 창시자로 주목받게 된다. 하지만 2001년 문제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별 문제없이 학교에 잘 다니던 이 천재 소녀가 대학을 그만두고, 돌연 가출을 해버린 것이다.

“아버지로부터 정신적·육체적 학대를 받으며 생지옥과 같은 생활을 했다.”

수피가 집에 돌아가길 거부하며, 그 이유로 내뱉은 말이다.

천재 소녀의 가출 자체만으로 큰 충격이었는데, 이러한 수피의 고백은 다시 한 번 영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유소프의 아버지는 자기가 만든 학습법을 증명하려고 어린 딸에게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강요했던 것 같았다. 13세 천재 소녀는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단지 아버지의 체벌이 두려워 억지로 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 유소프는 결국 사회시설을 거쳐 다른 가정에 입양된다. 하지만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2008년 영국 일간지 머리기사에 이런 문구가 실렸다.

“13세 천재 소녀 길거리 여자로 전락하다.”

13세의 나이로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지 꼭 10년 만의 일이다. 강요에 의해 억지로 이루어진 교육이 무궁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던 한 아이의 삶을 망쳐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특이하지 않다. 영재로 언론에 관심을 받던 아이들을 추적 조사해보면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불행한 삶을 사는 예가 허다하다. 그냥 두었더라면 넓은 들판에 자기만의 수형을 갖추고 살았을 소나무를, 어른의 욕심으로 화분에 옮겨 심고 철사로 휘감아 분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에게 강요된 일을 좋아하지 않는 본능을 갖고 있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주창한 미국 로체스터 대학의 에드워드 디치(Edward Deci) 교수에 따르면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자율성이라고 한다. 자율성은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선택하고 목표를 세우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제 스스로 목표를 세우기는커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남이 시키고 강요한 일만 하고 있으니 어떻게 그 일을 통해 몰입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우리 큰아이는 과학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다. 어릴 때 전시관에 가면 특이한 발명품이나 과학용품 앞을 떠나질 않았다. 그때 나는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마음껏 관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방해될까 싶어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말이다. 다른 관으로 이동할 때는 “여기서는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하고 슬쩍 물어봤다. 평소 말이 없던 아이였지만 그런 질문에는 봇물 쏟아내듯 제 생각을 늘어놓았다. 전시관에 갈 때마다 그러다 보니 전시된 물건들은 절반도 다 보지 못하고 나오는 날이 많았다.

그때 내가 아이에게 한 일은 그저 좋아할 만한 곳에 데려다 준 것, 그 시간을 오로지 아이 마음껏 쓰도록 맡겼다는 것뿐이다. 그 뒤 아이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어려운 과학실험을 쉽게 해내더니, 과학경진 대회가 열리면 꼭 학교 대표로 출전했다.

대부분 부모는 박물관을 1시간 안에 다 보게 하겠다고 아이 손을 잡아끌거나, 자기 생각에 중요한 전시품 앞에 억지로 아이를 멈추게 한다. 아이가 몰입하는 기쁨을 알려면 우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제 스스로 찾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무엇을 할지 결정할 기회를 줘야 한다. 이때 부모는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자율성을 막은 채 부모 뜻대로 하려고 든다면 아무리 천재적인 재질이 있는 아이더라도 부모 뜻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성장기에 있는 아이의 뇌에 억지로 과도한 학습 내용을 집어넣으면, 성과는커녕 스트레스만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아이가 어리면 그 강요가 스트레스로 느껴지는지조차 모르고 그저 부모가 시키는 대로 공부도 하고 학원도 잘 다닐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 지나도 아이는 달라질 것이다. 강요로 말미암은 압박감에 대한 분노가 아이의 삶을 부정적으로 이끈다.

소피 유소프의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억압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게 하는 자율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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