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화학적 거세’만이 해결책 아니다”
성범죄자 교정·인권감수성 교육 병행 촉구

국회가 지난 6월 29일 본회의에서 아동 성폭력범에 대해 일명 ‘화학적 거세’ 법안을 통과시킨 것에 여성계의 반응이 냉담하다. 성폭력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낮기에 나올 수 있는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것. 화학적 거세는 강력한 처벌은 될지 모르지만 성폭력의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여성계는 무엇보다 성폭력이 호르몬으로만 조절할 수 있는 범죄라고 보는 시각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아동은 비교적 저항이 적어 접근이 쉽다는 점과 사후 신고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아동성폭력이 자주 발생한다는 게 여성계의 지적이다. 당장 관련 상담 사례만 봐도 성폭력이 일시적인 성충동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남성이나 성인 여성과의 성관계에 자신이 없는 남성이 불만을 표출하는 창구가 바로 성폭력이다. 그 중에서도 저항이 없어 접근하기 쉬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아동성폭력이 일시적인 성충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수산나 대한YWCA연합회 총무팀장은 “이번 법안은 성폭력이 몇몇 남성의 성적 충동에서 빚어진 그릇된 성적 행위로 보지만 피해자가 아동이 아닌 성인 여성인 경우 ‘피해자가 예뻐서’라는 피해자 유발론으로 발전할 위험 소지도 다분하다”며 “성폭력은 ‘폭력’ 행위이지 성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문채수연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센터 소장은 “아동성폭력을 개인적·생물학적 문제로 본 데서 나온 대책이기에 적절한 대책이 될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책무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계가 내놓은 대책은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의 변화다. 문채 소장은 “대구 여대생 납치 후 강간살인사건에서 보듯 처벌이 강화될수록 피해자의 생명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국가가 성(性)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사회·문화적 활동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 역시 “20년간 성폭력 피해를 상담한 경험에 비춰보면 성폭력 대책은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는다”며 “성범죄자에 대한 교정·인권 감수성 교육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난한 길이지만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회는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수정을 거쳐 통과시켰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화학적 거세’ 대신 ‘성충동 약물 치료’로 명칭을 바꾸고 재범 위험이 있을 경우 검사와 법원이 성충동 약물 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범죄자의 동의에 의해 가능했던 성충동 약물 치료는 법사위에서 국가가 최장 15년까지 강제로 실시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회당 약 20만~25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비는 법원이 약물치료를 선고할 경우 국가가 부담한다. 기존 수형자가 약물치료를 신청할 경우에는 부담 능력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범죄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이 법은 정부에 이송돼 공포한 1년 후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어 일러야 내년 7~8월쯤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9일 양형위원회를 열고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경우 기존보다 2~4년 상향해 기본 양형 기준을 7~10년, 가중영역을 9~13년으로 조정했다. 일명 ‘조두순 사건’처럼 성범죄로 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본영역 9~13년, 가중영역은 11~15년으로 하고 최대 무기징역까지도 선고할 수 있도록 상향조정했다. 강간치사나 강제추행치사 기본형량은 11~14년으로 가중영역은 12~15년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향 선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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