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세종시 내전
끝나지 않는 세종시 내전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2:27
  • 수정 2015-12-25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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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가 내정된 지난해 9월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세종시 건설 수정 계획은 10개월 만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 결과, 찬성 105명, 반대 164명으로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9부2처2청의 행정기관 이전을 골자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추진될 전망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격렬하게 반대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05년 4월 당 대표 자격으로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을 한 이후 5년2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 표결을 앞두고 반대 토론자로 나섰다.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생기는 손실에 비하면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은 그것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며 “세종시 원안에는 이미 자족기능이 다 들어있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은 정부의 실천의지”라고 전제한 뒤 “세종시를 성공적으로 만들 책임과 의무가 정부와 정치권 모두에 있다”고 강조했다. 여하튼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을 통해 다시 한 번 정치적 힘을 과시했다.

세종시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는 두 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하나는 특정 지역과 연계된 포퓰리즘 성격을 갖고 있는 대통령 공약이라도 일단 해당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편의에 따라 변경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531만 표 차이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전국적으로 세종시 수정안 찬성이 반대보다 높더라도 이해 당사자가 격렬하게 반대하면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이 진정 행정부처 이전의 비효율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시정하려고 했다면 대선 과정에서 정직하게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심판받았어야 했다. 국정 운영자의 양심과 행정의 비효율성 문제를 차치하고 대선 당시에는 표를 얻기 위해 충청 주민에게 약속을 한 다음에 정권을 잡고 나서 느닷없이 변경시키려고 하니 엄청난 지역적 저항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세종시 건설 수정과 같이 민감한 국가적 대사를 접할 때는 합의를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엄밀하게 진단하면, 이번 세종시 수정안은 민심이 아니라 한나라당 친박계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폐기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처럼 세종시 원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기 전에 청와대는 사전에 박 전 대표의 동의와 합의를 얻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가 반대하면 세종시 수정안 계획을 접었어야 옳았다. 정치는 오기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명분과 힘을 토대로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제 오늘 표결을 끝으로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접고, 우리 모두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세종시 논란으로 확대된 정치권 내부, 더 나아가 친이-친박 간 균열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플러스 알파’ 논쟁으로 세종시 문제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내 친박계, 자유선진당 등은 ‘원안 플러스 알파’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친이계는 “수정안이 부결되면 플러스 알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스스로 자신들이 진정 국민과 국익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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