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화살 꽂는 뜨거운 연극 만들고파”

 

윤석화 / 배우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윤석화 / 배우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지나온 세월을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해도 ‘너 참 기특하다’라고 생각될 만큼, 참 무모한 도전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도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나이지만, 다시금 연극의 연출자로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연극인, 뮤지컬배우, 설치극장 ‘정미소’와 공연예술 잡지 ‘객석’의 대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온 윤석화(54·사진)씨가 이번에는 연극 연출자로 나섰다. 그는 연극 ‘나는 너다’를 “뜨거웠기 때문에 더 외로웠던, ‘사람’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안중근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27일부터 8월 29일까지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나는 너다’는 안중근의 거사로 인해 가장 상처받고 고통 받은 사람들인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렸다. 그간 ‘안중근’을 소재로 만들어진 공연이나 영상물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의 생애와 거사를 일대기적으로 그리는 평면적인 서술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화는 “위인이기 이전에 가장 아름다운 인간이자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였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었는데 그렇게 생을 연장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연극의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항일무장투쟁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인 배우 송일국이 맡았다. 윤석화는 “좋은 배우를 찾아내는 것이 연출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을 이해하는 힘, 발성, 딕션(발음) 등 모든 점에서 뛰어난 송일국을 만난 것은 나에게 행운이자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가 안중근 의사 추념 연극을 연출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은 2008년이다. 당시 그는 연극인 박정자씨 등 출연 배우 및 제작진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를 거쳐 중국 하얼빈과 뤼순까지 100여 년 전 안 의사의 의거 당시 행적을 그대로 답사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 문제로 갑자기 제작사에서 발을 빼면서, 연극을 포기해야 할 위기가 닥쳤다. 하지만 윤석화씨는 직접 제작에까지 뛰어들어 공연을 완성했다. 그는 “‘연극이라고 늘 같은 작품이 아니지 않겠는가. 이 작품만은 꼭 완성하자’라는 박정자 선배님의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연극배우로서, 내가 태어난 나라에 빚 하나 갚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극의 연출에서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2년여 동안 영국에서의 연극배우 활동을 예정하고 있는 것. 

“연극이라는 길 위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더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 깨달음을 이 연극에 쏟아 부어 아지랑이처럼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관객들의 가슴에 영원히 남을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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