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세계의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32개 팀만 본선에 진출할 수 있지만 본국의 팀이 있든 없든 축구팬들은 경기를 놓치지 않고 텔레비전 앞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붉은악마를 알게 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중국 팀도 본선에 진출해 붉은악마가 더욱 인상에 남은 것 같다. 당시 중국 팀도 본선에 진출했지만 축구팬이 아닌 중국인들은 별로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국민들은 달랐다. 2002년은 내가 한국에 오기 전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많아 중국에서도 붉은악마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시민광장 앞에 모 회사의 후원으로 텔레비전, 의자 등을 설치해 같이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누가 중국인이고, 누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모두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너나없이 “대~한민국!” 목소리 높여 응원하고 있었다. 도저히 중국인지, 한국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붉은악마들의 열정은 역시 식지 않았다. 마트나 휴게소 등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다섯 살 된 우리 아기도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붉은 티셔츠를 아빠가 축구 볼 때마다 입혀달라고 조르면서 혼자서 “대~한민국” 외치며 신나한다.

지난 6월 23일, 새벽 경기였지만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운동장을 찾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축구에 별로 관심없는 나는 아기와 함께 잠에 빠져 있었는데 밖에서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깨어나 남편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때까지도 붉은악마의 힘을 느끼지 못했는데 아침 뉴스에서 붉은악마들의 응원 모습을 보여주는데 눈물이 글썽거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다. 프랑스 팀이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1무2패로 16강에 탈락한 프랑스는 선수와 감독의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다.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 감독과 언쟁을 벌인 니콜라 아넬카는 대표팀에서 중도하차 했고, 이후 에브라를 비롯한 몇몇 선수의 주도로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래서 실패의 결과가 나타난 것 같다. 한국은 팀원들의 화합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화합이 있었기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4강 신화 및 2010년 남아공 첫 원정 16강 진출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붉은악마의 열정이 영원하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나의 열정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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