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열 달간 숨 쉬던 생명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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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6.25 13:25
  • 수정 2010-06-25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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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미혼모 현실 그린 ‘영도다리’
미혼모 시선으로 입양·모성·성장통 그려내

 

만삭의 배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10대 미혼모 인화(박하선 분)의 모습. ⓒ마운틴픽쳐스 제공
만삭의 배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10대 미혼모 인화(박하선 분)의 모습. ⓒ마운틴픽쳐스 제공

 

영화 ‘영도다리’의 전수일 감독.cialis coupon free   cialis trial coupon
영화 ‘영도다리’의 전수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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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미혼모와 입양’이라는 민감한 주제뿐만 아니라 TV 사극 ‘동이’에 인현왕후로 나와 친숙해진 배우 박하선의 만삭 연기와 출산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도다리’(감독 전수일).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제57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고 라스팔마스 영화제, 페사로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로써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등 자신의 장편영화 7편을 모두 유수의 국제 영화제에 출품하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겼다.

10대 미혼모, 그들에게 ‘입양’이란

영화는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19살 소녀 인화(박하선 분)가 출산과 동시에 아이를 입양기관에 넘기지만, 점차 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져 결국 아이를 직접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그것도 ‘모성’이란 정체성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성장통이 인상적이다.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을 찾은 전수일 감독은 여성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삶의 과정 속에서 상실감과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감독의 변을 따라가며 ‘영도다리’가 잔잔하게 표출해낸, 그러나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을 재구성해 본다.

입양은 전통적으로 작가주의 감독들이 애용하던 소재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 2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아기 수출국’으로, 국내 감독들은 최근 입양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많이 발표했다.

2009년에는 9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계 프랑스인 우니 르콩트 감독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행자’를 비롯해, 낯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입양아들의 여정을 다룬 안선경 감독의 ‘귀향’ 등 소위 문제작으로 불리는 입양 관련 영화들이 연이어 나온 바 있다. 또한 주지홍 감독의 ‘토끼와 리저드’,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 등 상업영화들에서도 입양은 주요한 소재로 사용됐다.

이런 영화들과 비교해 ‘영도다리’는 아이를 보내야만 하는 미혼모의 입장에서 입양의 현실을 주로 묘사해 다소 차별화된다. 이런 설정은 감독의 체험이 있어서 더욱 실감난다. 전 감독은 “프랑스 유학을 떠나던 길에 한 입양기관의 의뢰로 쌍둥이 영아들을 양부모에게 에스코트 한 적이 있다. 보내던 마지막 순간, 내 양손을 꼭 쥐던 행위가 본능이었다면, 아이를 보내놓고도 다시 찾고파 하는 엄마의 본능도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몸의 변화에서 모성 자각, 영원한 상흔으로 남아

영화에서 10대 미혼모인 인화는 어른들의 권유에 따라 무심코 아이를 입양 보내지만, 이후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제왕절개 수술 흔적 등 몸의 변화를 통해 아이에 대한 사랑을 깨달아 간다. 특히 영화는 인화가 젖몸살을 앓는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아기를 잃은 소녀의 상실감을 강하게 전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 감독은 “영화의 원제는 ‘심장의 기억’이었다. 자신의 뱃속에서 10개월간 살다간 아기를, 미혼모 소녀의 심장은 기억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떠나보낸 아이와의 재회, 그것이 또 다른 희망일까

인화가 평소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에는 관심이 없는 지극히 ‘쿨’한 성격을 지녔다는 점은, 그녀의 이런 모성의 발현이 더욱 애잔하게 느껴지게 한다. 평소 소녀는 으슥한 골목에서 어린아이가 금품갈취를 당하고 있어도, 영도다리 밑에서 학생들이 패싸움을 벌여도, 심지어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또래 친구들에게 맞아도 그저 무심히 지켜볼 뿐이었다. 

부산의 대표적 상징물의 하나인 영도다리는 6·25전쟁의 이산가족들이 재회를 기다리던 역사적인 공간으로 상실의 아픔을 의미하는 영화 속 장소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인화가 진통을 느끼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장소이자, 잃어버린 아기를 다시 찾으러 가야겠다고 다짐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특별히 이번 영화에서는 다리의 ‘연결성’이라는 상징성에 집중했다. 미혼모와 아이를 연결하는 독특한 공간으로 설정했다”고 장소적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전수일 감독은 폐광촌의 이야기를 다룬 ‘검은 땅의 소녀와’,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한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등 전작들에서도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의 상징성에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영화는 소녀가 살고 있는 영도다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들로만 구성돼 있지만, 당초 영화를 기획할 때는 아이를 찾아 해외로 떠나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제작비나 시간적인 여건상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영도다리’는 7월 1일 예술영화 전용관인 CGV무비꼴라주와 롯데시네마아르떼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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