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력 믿어준 주민께 감사”
6·2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선출직 여성 당선자 가운데 5선 의원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조직과 재력이 부족하다는 여성 후보에 대한 편견을 깨버리려는 듯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증을 거머쥔 박정자(67·사진) 서울 영등포구의원 당선자(영등포 사선거구). 지난 6월 22일 영등포구 대림동 의원사무실에서 만난 박 당선자는 짧은 커트 머리에 짙은 색 바지 정장을 차려입은 당차고 꼿꼿한 여성이었다.
전남 해남 출신인 박 당선자는 1970년대 영등포구와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가 근무하던 운수회사가 영등포구로 이전한 게 계기가 됐다. 운수회사에서 사감으로 일했던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는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사는 이웃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박 당선자는 그때도 교통봉사 등 주민을 위한 활동을 찾아내 실행에 옮겼다고 한다.
“주민에게 봉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할 방법을 찾고 있었죠. 그러다 1991년 처음 시행한 지방선거에 도전했는데, 낙선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 제2대 영등포구의원에 당선돼서 지금까지 의정활동이 이어졌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2년 지방선거까지는 공식적으론 정당 공천이 없었다. 하지만 ‘내천’이 있었다. 박 당선자도 ‘내천’을 받기 위해 정당 활동을 했다. 민정당 시절부터 지역 국회의원의 여성부장까지 했지만 박 당선자에게 ‘공천운’은 없었다.
선거마다 무소속으로 나선 박 당선자에겐 선거운동도 힘겨운 싸움이었다. 그는 “지방자치 초기엔 선거에 편법도 많았고, 내천되지 못한 여성 후보로서 선거운동에 방해도 많이 받았다”며 “한번은 시달리다 못한 선거운동원이 다 그만두는 바람에 조카와 둘이서 선거운동을 한 적도 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게 15년을 영등포구의회에서 유일한 여성 의원으로, 그것도 무소속으로 활동했다. 영등포구에서 아동위원협의회, 여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주로 여성·아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2009년 대림동 청소차고지 활용 방안에 주민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등 “항상 주민들의 의견이 먼저”라는 소신을 적극 피력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5선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주민들이 믿어줬기 때문”이라며 5선의 이력을 몰아 영등포구의회 의장에 도전해볼 생각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