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을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천경찰서 형사과 강력팀 경찰관들은 절도 관련 피의자를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범관계 및 여죄 자백을 목적으로 2009년 8월쯤부터 2010년 3월 말까지 총 22인의 피의자들을 연행하는 차량 안에서 일명 ‘날개꺾기’ 고문(수갑을 뒤로 채운 뒤 피의자의 목을 다리에 끼워 조인 후 수갑이 채워진 팔을 꺾어 올림)을 가하고, 강력팀 사무실에서는 폐쇄회로 TV 사각지대에서 피의자의 입에 재갈을 물린 채 등을 밟고 머리를 눌러가며 동일한 고문을 가해 자백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지난 4월부터 내사를 진행해 온 검찰은 최근에 이르러 해당 경찰관들을 독직폭행(형법 제125조,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처벌 계획을 시사했다.

수사기관의 고문과 가혹행위는 과거 군사권위주의 시절, 시국사건과 일반 형사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자백을 받아내는 수사기법으로 사용됐다. 우리는 경찰에 의해 자행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김근태 고문사건 등을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수사관행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 앞에 온통 놀람과 충격뿐이다. 더구나 뒤이어 떠오르는 “과연 그 경찰관들만 그랬을까”라는 의심이 커져가고, 그 의심에 아니라고 확신을 갖지 못하는 현실이 절망스럽다.

경찰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과도한 불심검문과 임의동행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런데 급기야 일반 피의자 수사에까지 가혹행위를 했음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경찰의 대국민 인권의식은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검·경은 자체 개혁방안을 통해 개혁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정부 또한 검·경개혁 태스크포스(TF)팀의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말이나 제도를 앞세우기보다 인식의 전환과 진실한 실천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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