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짜리 여자아이가 백주대낮 학교 수업 받으러 가는 길에 가혹하게도 성폭행을 당했다. ‘김길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땅의 부모들을 다시 한 번 몸서리치게 한 것은 학교건물 복도에서 납치되어 성폭행 당했다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 학교마저 성폭행범에게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 딸 같은 아이. 이 땅의 엄마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에 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심장이 작아서 잘 때 가만히 들어보면 어른 두 배는 빨리 심장박동소리가 나는 것 같고, 엉덩이에는 몽고반점이 여전히 선명하고, 재잘거리며 쏟아내는 말들이 아직 영글지 않아서 참 순수하다는 것을 말이다.

같은 여자로서, 또 딸아이를 둔 엄마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어린아이가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무섭고 싫었을까 싶어 가슴 한편이 계속 아려왔다.

요즘, 국가적으로 저출산율 극복을 위해 많은 보육정책과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이 땅에 태어나는 아이들이 아이답게 행복하게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나지만,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자율적 인격체로서의 인권을 가지고 있다. 건강하게 태어날 권리,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 심신이 건강하게 발달할 권리, 기초보건 및 복지 권리, 그리고 자기 문제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는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돼 있다.

이러한 아동의 권리를 부모 혼자서 모두 챙길 수는 없다. 국가와 사회가 함께 손 내밀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근 몇 년간 벌써 몇 번의 경악할 아동 성폭력 범죄가 일어났는지 생각해 본다면, 더 이상의 늑장은 안 될 일이다. 정부는 국가 운영 최우선 과제로 안전한 양육환경을 조성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아우성치기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건강하게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는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으로 너무 무책임하게 미래의 노동력, 세금을 내줄 생산인구를 얼른 빨리 많이 낳으라고 몸 달아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그 이전에 과연 우리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진정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는 되어 있는지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다. 

8살짜리 그 아이는 앞으로 이 상처를 어떻게 털어내고 이겨갈 수 있을까? ‘아가야 힘내야 한다’란 말만이 하루 종일 혀끝을 맴돌았다. 무엇을 해야 하고, 이 땅 우리 아들딸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교육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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