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여성 표심이 총선·대선 판도 결정해
‘탈정치형’ 여성비율 29.0%서 18.2%로 대폭 줄어
세대교체론보다 여심 잡기에 주력해야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고, ‘이변이 연출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변이 왜 일어났을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과 천안함 사태로 불거진 북풍이 한나라당에 역풍이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결과를 보고 현상을 얘기하는 ‘사후적 설명’(post-hoc explanation)의 성격이 강하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심층적인 사후 여론조사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 분석에 상당한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다만, 여성 유권자의 관점에서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주목할 만한 결과가 도출된다.

첫째, 여성의 능동적 정치참여의 확대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에 관심이 없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은 이른바 ‘탈정치형’의 여성 비율이 29.0%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 비율이 18.2%로 줄어들었다. 더욱이, 선거에는 관심이 없지만 실제로 투표에 참여한 ‘민주시민 의무형’ 여성의 경우, 2006년 12.9%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35.3%로 대폭 상승했다.

둘째, 여성이 연령대별로 선거 이슈를 주도했다.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 결정 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사안으로 ‘4대 강 사업’(21.8%)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다음으로 ‘천안함 사태’(16.3%), ‘무상 급식’(2.3%), ‘세종시 논란’(6.9%),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년’(4.4%) 순이었다. 그런데, 20대 여성의 경우 천안함 사태를 지적한 비율이 24.5%로 같은 나이대의 남성(21.7%)보다 높았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우는 가장 많은 27.7%가 ‘무상 급식’을 지적했다. 이 수치는 30대 남성의 13.3%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이런 30대 여성의 투표 행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30대에서 한명숙 후보를 지지한 비율이 64.2%로, 오세훈 후보(27.8%)보다 무려 36.4% 포인트 높았다.

이런 조사 결과는 무상 급식과 같이 생활 밀착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30대 여성의 표심과 직결된 것으로 추론된다. 한편, 40대 여성의 경우는 ‘4대 강 사업’을 35.2%로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 수치는 40대 남성의 30.7%보다 높은 것이다.

셋째, 이번 선거를 통해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한명숙 후보는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후보가 얻은 107만7890표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이 득표했다. 더구나 당시 열린우리당 강 후보와 민주당 박주선 후보가 얻은 득표(138만2455표)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이 얻었다. 범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한 후보가 이 정도의 가공할 만한 득표를 했다는 것은 전문성과 상징성을 갖춘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번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특정 쟁점을 둘러싸고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정립하여 이를 토대로 쟁점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된 모습이 여성이 과거의 수동적이고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판단된다.

여성 유권자들의 이런 투표 행태에 대한 분석 결과가 주는 함의는 어떤 세력도 2012년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여심(女心)을 얻지 못하면 실패할 것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야 모두 다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이런 분석 결과를 냉정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표만 얻겠다고 허둥지둥 대며 여성 지지를 호소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대교체론에만 탐닉하지 말고 여성 유권자의 마음속에서 세차게 불고 있는 표심을 제대로 읽어야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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