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11개월밖에 되지 않은 우리 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성격인지 잘 모르겠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직장맘’이라 시간이 없다는 변명을 할 수 있겠지만 주말도 아이랑 함께 있고 잠도 아이와 함께 자지만 아직 아이에 대해 잘 모른다.
결혼한 지 3년차, 직장생활을 한지 10년째.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엄마’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아실현이라기보다는 보다 여유로운 삶을 위해 직장을 놓지 못하는 수많은 ‘엄마들’.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는 그녀들은 가사도우미와 어린이집 보육료로 한 달 월급 대부분을 지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쉴 수 없다. 쉬게 되면 아이가 다 크고 나서 사회에 복귀할 엄두가 나지 않고, 배우자의 월급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료 감면 혜택, 도우미 혜택 등을 제안하지만 조건을 살펴보면 그리 만만치 않다. 그저 ‘우리 집보다 어려운 집들이 더 많구나’라는 자족을 할 뿐이다.
나와 같은 직장맘이자 초보맘들은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지금 변방에 자리한다. 또래 엄마들과 만날 수 없을 뿐더러 인터넷에서 범람하는 정보들이 양질의 것인지 검증할 시간도 없다. 만약 그렇게 하고 있는 엄마라면 그녀들은 정말 ‘슈퍼맘’이다. 슈퍼맘이 될 자신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 슬프기만 하다. 그래도 친정엄마가 주말이면 오셔서 가사를 도와주시고 시어머니가 밑반찬을 지원해주시고, 난 행복한 엄마임은 틀림없다.
11개월 된 딸이 어린이집에서 엄마랑 헤어지면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많이 울지도 않고 잘 참는다. 엄마 잘 다녀오라고 뺨에 뽀뽀도 해주고 선생님들, 친구들과 금방 잘 놀고 있다.
나와 같은 상황의 선배 맘들은 어떻게 이 시절을 보냈을까. 그저 누군가가 내 손을 붙잡고, ‘잘 하고 있어요’ ‘힘내요’ ‘이럴 때는 이렇게 하세요’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직장맘도 보육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