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조각가 윤영자씨 “예술가는 가도 그를 기린 상은 남죠”
여성 조각가 윤영자씨 “예술가는 가도 그를 기린 상은 남죠”
  • 정필주 / 여성신문 객원기자
  • 승인 2010.06.18 09:46
  • 수정 2010-06-18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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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퇴임 후 사재 털어 석주미술상 제정…국내 유일 ‘여성’ 미술가상으로
아들 설계로 ‘윤영자미술관’ 건립 중…60여 년 작품인생 다 담아낼 것

 

윤영자 / 조각가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윤영자 / 조각가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지난 4월에 있었던 석주미술상 20주년 기념전시 개막식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성황을 이뤘다. 유서 깊은 미술상의 시상식장에 여성 작가, 여성 평론가 등 온통 여성으로만 꽉 차있는 모습은 그리 흔한 풍경은 아니다. 이 진풍경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바로 지난 20년간 여성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돕고자 석주미술상을 제정하고 여성 작가들의 귀감이 돼온 석주문화재단의 윤영자(86·사진) 이사장이다. 

윤 이사장이 자신의 호인 석주(石洲)를 딴 석주미술상을 제정하고 40~59세의 여성 미술가들에게 상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89년이다. 이어 1996년에 석주문화재단을 세움으로써 석주미술상의 기반을 탄탄하게 한 그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재단의 창설자=대단한 재력가’ 등식과는 맞지 않는다.

윤 이사장이 30대 중반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별다른 후원자도 없이 홀로 ‘석주문화재단’의 꿈을 키워왔다는 점이 그렇다. 목원대 미술학부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을 키워오던 그는 여성 미술가들을 키우자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오면서도 그 꿈을 교수정년 퇴직 때까지로 미뤄두어야 했다. 정년퇴직과 동시에 윤 이사장은 전 생애 몸담아온 직장의 퇴직금과 사재를 합한 6억원을 기반으로 미술상을 출범시켰다.

“우리나라에 미술가가 수천 명이나 되지만 그 사람들이 작품활동을 하기는 참 어렵고, 조각은 더하죠. 김세중조각상, 김종영조각상, 문신조각상들은 다 조각을 하시던 분들을 기린 상이고 모두 자신이나 유족이 자비로 시작한 거예요. 이제 그분들은 다 돌아가셨지만 그 상들은 건재해요. 제가 조각을 하니까 조각을 포함해서 미술작업을 하는 사람을 위한 재단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중섭미술상 등 현재의 유명 미술상들이 대부분 남성 미술가의 이름을 딴 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성 조각가의 호를 딴 석주미술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여성 미술가를 위한 재단이라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재단 운영은 20년째인 지금도 여전히 녹록지 않다. “20년간 미술가들에게 상을 줘왔지만 상금 1000만원은 매년 모 회장님이 맡아주시고 나머지 운영비용은 내 작품을 팔아서 마련하고 있어요. 말이 재단이지 아주 영세한 재단이에요”라고 윤 이사장은 설명한다.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가를 위한 미술상의 20주년을 맞은 그의 모습은 각별하다. 그는 석주미술상 20주년 기념행사 초청인 명단을 손수 고르고 직접 초청장을 보낼 정도로 ‘20주년’에 정성을 쏟았다. “총 800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내가 직접 보냈기 때문에 누구한테 보냈는지를 다 알고 있을 정도예요”라며 웃는다.

한 재단의 이사장이기 이전에 조각가인 그는 예전처럼 모든 체력을 작업에만 쏟지는 못하지만 용인에 있는 작업실에 나가거나 작은 작업을 할 때에는 집안에 마련된 아틀리에에서 작품활동에 몰두한다고 한다.

“제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있으면서 매년 11월에 전시를 하는데 거기에 신작을 2점씩 내야 해요. 그리고 꼭 그것이 아니라도 매년 4~5점씩은 꼭 작품을 합니다.”

특별한 건강관리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파트 단지 내의 공원을 산책하며 간단한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윤 이사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마당 잔디밭 한쪽에 조그맣게 ‘윤영자 조각공원’을 세워두었다. 조각품 관리에 나무 손질까지 직접 한다는 그는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는 일도 많은데 아직 먼저 아는 체를 해온 경우는 없다”고 귀띔한다. 그런 그에게 올해에 기쁜 일이 생겼다. 자신의 조각작품을 테마로 한 ‘윤영자미술관’의 건축설계가 완료된 것이다.

건축은 박물관 설계가이자 윤 이사장의 아들이기도 한 윤재원씨가 맡았고 미술관 터는 용인에 마련됐다. ‘윤영자미술관’의 부지는 현재 한국미술관이 있는 곳과 가깝다고 하는데, 윤재원씨는 한국미술관 설계공모에서 당선되어 이탈리아의 건축가와 한국미술관을 공동으로 지은 경험이 있는 미술관 건축 전문가다. 지난 60년간의 작업이 한데 모여 꾸려질 윤영자미술관의 구상에 윤 이사장은 오늘도 떨리는 행복감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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