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랑, 여자의 상처
남자의 자랑, 여자의 상처
  • 박남 / 시인
  • 승인 2010.06.18 09:22
  • 수정 2010-06-18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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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랑은 여자에게 상처인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든 단상 중 하나다. 8명이나 투표를 해야 하고, 특히 ‘교육의원’이라는 생소한 지역일꾼을 뽑느라고 저마다 단단히 공부를 해야 할 정도였다. 누군가가 각 후보들에 대해 적절한 브리핑이라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을 때 어떤 자리에서 한 남자가 특정 교육의원 후보에 대해 강력한 추천을 했다.

“우리 지역 출신이니 아무래도 낫지 않겠느냐”는 말에 10여 명의 아낙네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은사님이신데 성실하고, 머리가 굉장히 좋아서 매우 젊은 나이에 교장시험에 붙은 분이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들 마음속 도장을 꾸-욱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에서 벌어졌다. 큰 호응을 보이는 여자들의 반응에 신이 난 남자가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것이다.

“하도 젊은 나이에 잘 나가다보니, 실수를 잠깐 해서 지금 사모님과는 20살 차이가 난다”며 자랑스럽게 실토(?)한 것. 순간 썰렁해진 분위기를 느꼈는지 “남자가 잘나가면 여자들이 들러붙지 않느냐”고 서둘러 보충설명을 했다. “어쩐지…, 한번 봤는데 하도 젊어 보여서 딸인 줄 알았다”고 하니까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난다며 8살 차이라고 하더니 순 거짓말이네”라고 듣고 있던 한 여자분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정확히 18살 차이가 난다”고 군색해진 남자가 변명인지, 자랑인지 대꾸했다.

“거짓말을 왜 하고 그래?! 그런 사람이 무슨 교육의원을 한다고…” 그러니까 “너무 잘나가서 실수로 젊은 여자애와 바람이 났다는 거 아니냐”고 수군대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듣던 여자들은 마치 못 볼 꼴을 본 것처럼 치를 떨었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났음은 당연했다.

일찍이 성공해서 다른 후보에 비해 제자가 별로 없다던 그 후보의 제자들은 동네에서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잘나가다가 끝에 ‘실수’라는 말을 곁들이며 (현재의 아내와) 2살 올려 20살 차이가 난다고 하면, 듣던 남자들은 ‘능력 있다’거나 ‘영계’ 운운하는 말을 하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이와 반대로 여자들의 반응은 (전처였던) 피해자의 심정으로 내달리고, 공감의 무게가 큰 만큼 빠르게 분노의 감정이 확산돼 갔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느냐”고 반박을 하면 뒤늦게 아차 싶었는지 홍보하던 남자가 “다 지난 일 가지고 그런다”며,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잘 살면 된 거 아니냐고 대꾸한다. 그러나, ‘버리지 않다’니, 하는 항의만 들었다.

그 뒤에 어떻게 됐느냐고요? 음…, 어떻게 됐을까요? 궁금하세요?

생각하신 대로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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