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안전지대는 없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6.11 14:08
  • 수정 2010-06-1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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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무지한 우리 사회, 제2·제3의 ‘조두순’ 키워
“성폭력 범죄엔 공소시효 ‘폐지’하는 것이 마땅해”
“이런 나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천형처럼 느껴져요….”

지난 7일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 복도에서 납치돼 잔혹한 성폭행을 당한 8세 소녀의 소식이 알려진 후 전화통화를 한 피해자 또래 초등생 아들을 둔 30대 여성의 첫 마디다.

언론들이 소위 ‘제2의 조두순 사건’이라 부르는 이번 사건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가해자 김수철이 피해 어린이가 6시간의 대수술을 받을 정도로 잔혹한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준 ‘안전한’ 상황에서, 학교 건물 안 복도에서 수업 시작하기 바로 10분 전에 가해자에게 끌려갔다는 정황이  더욱 참혹할 따름이다. 그리고 여기서 절망스러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끌려가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한 부산 여중생 사건에서처럼) 집에서도, (이번 사건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아무 데서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것을.

왜 이런 일을 우리 사회는 무기력하게 반복해 허용할 수밖에 없을까. 늘 도마에 오르는 정부대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은 피상적이고 구태의연할 뿐이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가 성폭력의 속성에 무지하고, 또 여기에 눈을 돌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모든 성폭력은 다소의 차이는 있더라도 일관된 공통점을 가지고 하나의 목표를 겨냥한다.

우선, 가해자는 대부분 성폭력 전과가 있는 인물이다. 간혹 전과기록이 없는 가해자일지라도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가해 사실이 대부분 있다. 즉, 성폭력은 의지와 윤리의식으로도 어쩔 수 없는 ‘병’이다. 둘째, 대개 ‘술 취한’ 상태에서 범행한다. 술에 취해 우발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는지, 성폭력을 저지르기 위해 일부러 술에 취한 건지는 그동안의 성폭력 사건 기록을 보고 판단해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끈질기고 냉혹한 ‘사냥꾼’들이다. 즉, 피해 상대를 미리 점찍고 몸을 숨기고 기회를 노린다. 그들의 범행은 끈질기고 오랜 관찰 끝에 나온 결과물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책은 어떠했는가.

모든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그들의 전과는 간과되곤 했다. 때론 이번 사건에서처럼 1990년 이후 범죄만을 대상으로 우범자를 관리했기에 우범자 관리 대상에서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폭력이 완치가 힘든 만성질병이라는 사실을 인식했더라면 가해자가 성폭력으로 구속 수감된 1987년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15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2002년을 기준으로 관리했어야 했다. 근본적으론 성폭력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조두순 사건 여파로 심신미약을 핑계 댄 음주감경규정은 또 어떤가.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 개정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선 음주감경규정을 완전히 퇴출하지 않고 ‘배제 가능’ 수준에 묶어놓았을 뿐이다.

사건 직후인 10일 오후 교육과학기술부는 부랴부랴 ‘초등생 납치 성폭행’ 관련대책을 보도자료로 내놓았다. 골자는 학교의 학생안전 관리 시스템이 미비하므로 조기등교, 방과후학교, 재량휴업일 등을 포함해 365일 24시간 학교 안전망 서비스를 본격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식의 대책 그 어느 곳에도 성폭력 인식을 제고하는 학생·교사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

성폭력 가해자는 ‘맹수’의 잔인성을 지니고 있기에 미국 등에선 이를 가리켜 ‘성맹수’(Sexual Predator Law)라 부르고 관련법의 명칭으로까지 사용한다. 그런 인식 하에 성폭력 재범자에 대해 ‘4060년’ 등 종신형을 넘어서는 징역형을 선고하고, 화학적 거세를 하며, 재범 가능성을 제시하기만 해도 특수치료시설에 수감해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이다.

성폭력은 예외 없이 피해자의 영혼을 ‘살해’해버린다는 진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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