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여성들, 정책 보고 표 던졌다
3040 여성들, 정책 보고 표 던졌다
  • 진행=이은경 편집위원 pleun@womennews.co.kr, 정리=김유리 기자/ 사진=정
  • 승인 2010.06.11 11:45
  • 수정 2010-06-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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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성장보다는 복지·분배 우선…생활밀착형·양성평등 의제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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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6·2 지방선거 결과 각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분석한 것에 따르면, 개발·성장 중심 이슈보다는 교육·보육 등 삶의 질 분야를 중시하는 공약이 60% 이상을 넘었고, 후자의 공약을 내건 후보들이 선전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역전된 현상이다.

이것은 곧 여성을 중심으로 한 생활밀착형 공약들이 대세를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향후 민선 5기 지방정부들은 한층 성인지적이고 양성평등적인 정책철학을 바탕에 깔고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여성신문사에서 열린 ‘제5기 지방정부의 비전’ 좌담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정치, 여성 관련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내는 단체장이 일 잘하는 단체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게 해준 선거였다”고 입을 모았다.

“보육·복지 이슈를 중점으로 내세운 후보자가 당선됐다는 사실은 민선 5기가 삶의 질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은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대외협력정보팀장, 정치학 박사), “권위, 강압, 독선이란 단어가 강조된 남성 중심적 행정운영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았다”(유문종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총장)는 것.

“여소야대 상황인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에선 의회와 단체장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런 때일수록 창조적 상생을 위해 여야를 떠나 어느 쪽이든 수긍할 수 있어 합의점에 도달하기 쉬운 이슈부터 건드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여성 일자리, 교육과 보육 등의 여성 이슈다”(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선거학회 회장)라는 의견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전쟁’보다는 ‘생활’이슈가 더 큰 영향…“기본적으로 정책선거였다”

여성신문(이하 사회): 이번 선거에선 특히 정권심판론이 힘을 얻으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된 감이 짙다. 새로 출범할 제5기 지방정부에 이러한 결과가 후유증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형준 교수(이하 직함 생략): 2월 말까지는 민주당이 ‘무상 급식’을 내걸자 한나라당이 ‘무상 보육’을 내세우는 등 여야가 정책선거 조짐을 보였다. 때문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이슈까지 떠올랐다.

그러다가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대선 같은 지방선거’ 국면이 돼버렸다. 유권자들은 ‘실리’보다는 ‘응징’을 택하는 듯했다. 특히 야권 단일화가 야당 후보들의 선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하지만 선거 후 표심에 대한 분석 결과를 보면 의외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고려는 낮았고 4대 강, 무상 급식 등의 정책 이슈가 더 크게 작용했다. 특히 3040 여성들의 표심 분석 결과가 의미심장하다.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30대 여성의 경우 무상 급식 이슈에, 40대 여성들의 경우 4대 강 이슈에 대해 가장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정책선거에 대한 단서들은 언론에서만 사라졌지 국민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투표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연장선상에서 정책선거로 전환될 수 있는 나름의 뿌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문종 사무총장: 소위 ‘노풍’은 여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국민의 절묘한 선택에서 나왔다고 볼 수도 있다. 여기에 ‘1인 8표제’라는 한층 넓어진 선택권이 일방적인 이데올로기라든지 무슨 무슨 ‘바람’에 매몰되지 않고 소신 있게 선택하는 훈련 기회를 만든 것 같다. 즉 광역단체장부터 교육의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특정 정당만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례로, 나름대로 후보자에 대한 정책과 공과를 평가해 광역단체장은 A당, 기초단체장은 B당, 기초의원은 C당 등 정당 선택이 다양했다.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시민의식이 성장한 결과다. 초기에 1인 8표가 많다고들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다들 제대로 찍었다고 생각한다.

김은경 박사: 특히 이번 선거에선 투표율이 15년 만에 최고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사람특별시’ ‘무상 급식’ ‘전쟁’ 등으로 선거 캐치프레이즈를 이슈 변화에 따라 변화시켰고, 이것이 어느 정도 표심을 끄는 데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표를 행사해 무엇인가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김형준: 또 한 가지, 이번 선거는 정책면에서 희망을 주지 못한 선거였다.

선거는 희망과 불안, 두 가지로 움직이는데 여당은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결합시키면서 불안감을 줬고, 야당은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 난다’는 위기감을 줬다.

천안함 사건과 민·관 합동조사 발표 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은 100원이나 올랐다. 때문에 펀드에 투자했던 30~40대와 유학생 부모 등이 실리적 투표로 옮아갈 수 있었던 토양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여기에 호화 청사나 비리로 얼룩진 단체장들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민의가 작동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은 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독선적 국정 운영이나 부패한 지방정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표심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명심해 향후 지방정부 운영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조금만 돌려 생각해보면 정책선거가 실종된 것은 아니라는 역설적인 결론이 나온다.

사회: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여성 당선자 수의 증가다. 전체 당선자 수의 18.7%가 여성이고, 기초의회 지역구에선 지난 2006년보다 여성이 두 배나 늘었다. 여성의무공천제 덕이 컸다고 보는데, 여성 광역의원의 수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수수께끼다.

김은경: 기초의회에는 여성 공천을 쉽게 내주는 편이고 광역의원은 ‘레벨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여성 후보에 대해 더 까다롭게 검증을 한다. 여성 후보는 남성 후보보다 몇 배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줘야 공천 가능한 정치문화가 여전히 있는 것이다.

김형준: 선거제도의 영향도 있다. 일단 의무공천제를 통해 여성 후보가 늘었고, 기초의회의 경우, 2~4인을 뽑는 중선거구제의 영향으로 일정 정도의 표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광역의회는 여전히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우선됐고, 이에 지역 조직이나 기반 등의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성을 공천하는 데 각 정당이 미온적이었던 것 같다.

균형·견제가 절묘한 표심으로…특정 정당의 의회 ‘독점’ 현상 완화된 것이 큰 성과

유문종: 선거 결과 특정 당이 독점하는 구조가 상당히 완화된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가령 도지사는 한나라당, 의회는 민주당이 50% 이상이거나 시장은 민주당, 의회는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지자체들이 종종 있지만, 2006년 선거 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

당시 서울시 경기도 등에서 한나라당이 100%에 가까운 의회를 구성해 ‘독점’ 체제였으나, 이번 선거에선 다수당의 경우라도 의회의 60~70% 수준에 그친다. 의회의 나머지 30~40%는 한나라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무소속 등과 섞여 구성됐다. 어느 한 당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희망이다.

사회: 드라마 같았던 이번 6·2 지방선거에 대해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이제, 민선 5기 지방정부가 갈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도록 하자. 이번 선거에서 나온 공약이 향후 각 지방정부에 어떻게 반영될 것 같은가.

유문종: 큰 흐름 중 하나가 개발·성장 중심 공약에서 복지·분배 중심 공약으로 이동한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16개 시·도지사 당선자가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분석해봤는데 성장·개발 부문 공약이 50%를 훌쩍 넘었다.

이번 선거에서 16개 시·도지사 당선자 전체에 대한 분석에서는 상황이 역전돼 분배·복지 공약이 60%대, 성장·개발 공약이 40%대를 차지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정책 방향이 전체적으로 외형적 성장보다는 생활의 변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또 그런 공약이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기에 새 지방정부 역시 이런 정책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사회: 그런데, 보육 급식 등 생활친화적 공약의 경우, 각 후보자들 간에 차별성이 거의 없어 일각에선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유문종: 같은 일자리 창출 공약이라고 해도 한나라당의 접근 방식은 민주당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크게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분만 놓고 공약이 유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내부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나 가치 지향에 차별점이 있는 것이다.

김은경: 이번 선거에서 일반적으로 한나라당은 일자리나 성장 쪽으로 이미지가 형성됐고, 민주당은 복지·분배 공약을 많이 개발한 느낌이다. 이런 결과는 민주당이 올해 초 지방선거를 겨냥해 ‘서민을 위한 정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교육 노동 등 7대 핵심 생활 분야를 공약화한 ‘뉴민주당 플랜’을 가동시킨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민주당은 2009년 초부터 각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그 결과 뉴민주당 플랜이 나온 것이다.

김형준: 지금은 이 같은 공약을 각 지방정부에서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문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한나라당 단체장에 민주당 의회고, 인천은 그 반대다. 자연스럽게 행정과 의회 사이에 불협화음이 날 수밖에 없다.

이들 광역지자체가 각자 갈등을 최소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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