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습관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06.11 11:28
  • 수정 2010-06-11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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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습관 들이면 사소한 일에 행복 느껴
미치 앨봄이 지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이 있다. 평생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모리 슈워츠. 이 스승이 불치병에 걸린 것을 우연히 알게 된 미치는 모리가 세상을 뜰 때까지 화요일마다 찾아가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서는 소변도 볼 수 없을 만큼 몸이 마비된 스승에게 제자가 묻는다.

“만일 24시간만 건강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십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스위트롤 빵과 차로 멋진 아침식사를 하고 수영을 하러 가겠어. 그런 다음 나를 찾아온 친구들과 맛좋은 점심을 함께 하고, 그런 다음 산책하러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나무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히겠네. 저녁에는 모두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고 싶네. 그런 다음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 춤을 추고 싶네. 거기 있는 멋진 춤 파트너들과 지칠 때까지 춤을 춰야지. 그런 다음 집에 와서 깊고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일상으로 천금 같은 하루를 보내겠다고 말하는 스승에게 제자가 다시 묻는다.

“그게  전부 다예요?”

“응, 그게 전부야.”

주변을 보면 늘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특별히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남보다 많이 배운 것도 아닌데 표정이나 말 한마디에 기쁨이 묻어나온다. 그렇게 매사 행복한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행복하게 살 줄 아는 마음의 능력을 습관처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도 행복할 수 있었던 모리의 마음의 힘은 그의 (병들기 전의) 행복한 삶의 습관에서 나온 것이다.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전교생이 30명뿐인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제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기 중에도 늘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 와중에 동생 학비까지 마련하느라 휴학도 한 번 했다.

그런데도 늘 표정이 밝고 활기에 넘쳐 주변 사람들을 힘이 나게 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여 그 제자가 앞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졸업 후에 산골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한동안 소식이 끊겨 궁금하던 차에 어느 날 불쑥 학교로 나를 찾아왔다.

“자네, 힘들지 않나? 내가 찾아볼 터이니, 조금 더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겨보지 않겠나?”

제자는 미소를 띠며 너무도 쉽게 대답한다.

“아니요, 교수님. 저는 지금 가장 순수한 원석들을 모아 놓고 보석을 가공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재미있고 행복하거든요.”

그 말을 듣고 비로소 나는 그 친구가 힘든 여건 속에서도 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행복하게 살 줄 아는 삶의 습관에 이미 깊숙이 젖어 있었던 것이다. 이미 그는 항상 현재에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의미 속에서 행복을 찾는 습관을 터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재 하나 지원받기가 어려워 맨손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에게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교정을 뒤덮은 온갖 나무와 풀, 점심 무렵 학부형들이 광주리에 담아오는 삶은 감자 등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아이들을 키우는 훌륭한 교구이고, 즐겁게 교사 생활을 할 수 있는 원천이다. 시선을 과거나 미래에 두지 않고 바로 지금 자신이 발붙인 현실에서 생의 의미를 찾는 습관… 그것이 제자가 날마다 활기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였다.

오랜만에 나를 찾은 제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나의 우려와 달리 자기가 하는 일을 ‘박봉에 촌구석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정도로 깎아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때 묻지 않은 산골 아이들의 숨은 재능을 자기 손으로 키워주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었다.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먼 미래에 있지 않다. 흔히 행복을 노력 끝에 얻어지는 미래의 결과물로 생각하지만, 인생에서 우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은 오지 않은 앞날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순간에 있으며,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는 마음으로 ‘가치로운’ 일에 매달릴 때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중에 행복해지려면 지금 조금 더 참고 노력해야 해.”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야.”

과연 부모 말대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것이 가치로운 것일까? 미래도 행복해야 하지만, 현재도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도 행복하고 미래에도 행복해야 한다.

행복은 마음의 습관이다. 오늘을 행복하게 지낼 줄 아는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늘 연습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설혹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을 줄 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행복을 찾아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아니 어떤 환경에서라도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아이는 행복을 목적에 두고 인생을 이끌어나가게 되고, 그 과정조차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 매순간 즐겁고 행복할 수밖에 없다. 행복에 습관들이면, 사소한 일에도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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