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3000여 명 다녀간 ‘엄마학교’

 

“논두렁콩이 단오 무렵인 6월에 심어야 풍성한 열매를 맺듯,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논두렁콩이 단오 무렵인 6월에 심어야 풍성한 열매를 맺듯,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서형숙 엄마학교 대표.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6·2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 입시 경쟁 교육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패스트(fast) 교육’인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발달 단계에 맞춘 ‘느린 교육’이 확산될 전망이다. ‘느린 교육’ 전도사인 엄마학교 서형숙(52) 교장을 최근 만났다.

서울 종로구 계동의 아담한 한옥, ‘엄마학교’ 현판이 걸린 나무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개구리밥이 떠 있는 돌확부터 부엌으로 꾸민 대청마루까지 반듯하고 정갈한 이곳은 “밥 짓는 법을 배우듯, 엄마 되는 법을 배우는” 학교다. 2006년 9월 문을 연 뒤 국내외에서 3000여 명의 엄마들이 다녀갔다. 한살림 자문위원장을 지낸 서씨는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이다.

서씨는 사교육 열풍의 한복판인 강남에서 아이 둘을 학원에 거의 보내지 않고 연세대에 입학시켰다.

아이들은 ‘고3병’도 몰랐다. 딸 안태경씨는 예비 고3 때 세계잼버리대회 최연소 운영위원으로 태국에서 한 달간 봉사활동을 했다. 전국소년체전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아들 홍원씨는 초·중·고 내리 전교 학생회장을 지낼 만큼 리더십이 뛰어나다.

서씨는 “선행학습보다 제철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논두렁콩이 단오 무렵인 6월에 심어야 열매를 풍성하게 맺듯, 사교육을 줄이고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계도 쉬어야 하잖아요? 아이가 가여워 밤에 학원 뺑뺑이를 돌리지 않았어요. 밤에 충분히 잤으니 낮엔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요.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긴 시간 공부를 안 해도 좋은 성적을 냈어요. 학원 수업보다 우선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했어요.”

서씨의 ‘신토불이 교육관’은 사교육에 지친 엄마들을 움직였다. 서씨는 “우리나라 인재는 우리나라 자연에서, 공교육에서 교사의 힘으로 길러낼 수 있다”고 했다. 아이가 숙제로 끙끙대도 밤 9시까지만 도와줬다. “엄마와 아이가 탯줄을 떼야 서로 잘 산다”는 믿음 때문이다.

엄마학교 과정은 다정한 엄마 되기→영리한 엄마 되기→대범한 엄마 되기→행복한 엄마 되기의 4단계다. 서씨는 “아이 입장에서 ‘너름대로’ 키웠다”고 했다.

“아이를 잘 기르고 싶은 욕심과 잘못 기를까 두려운 마음을 내려놓았어요. 아이를 믿고 기다렸죠. 서두르지 않았어요. 아이는 엄마만 기르는 게 아니에요. 삼라만상이 아이를 길러요. 좋은 엄마 되는 최고의 ‘도’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두는 ‘냅도(Let it be)’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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