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G20에 ‘물’ 의제를” 주장
우리 정부도 프랑스 벤치마킹해야

지난 6월 2일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에서 열린 2012년의 제6차 세계물포럼(WWF) 개최를 위한 기념식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앞으로 열리게 되는 주요 8개국(G8),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물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한국의 지도자들은 과연 물을 의제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 정부는 2009년 제5차 세계물포럼이 열렸던 터키 이스탄불에서 2015년 제7차 세계물포럼을 한국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015년 세계물포럼 유치위원회까지 구성된 마당에 한국은 물을 세계정상회의 의제에 넣을 의도조차 없어 보여 세계물포럼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인 필자는 심히 걱정이 된다.

이스탄불에서 열렸던 2009년 3월 세계물포럼에는 192개국 3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에는 8개의 대주제를 가지고, 각국의 장관들과 국회의원, 지방정부 대표들과 기업, 시민대표들이 세계 곳곳의 지역 대표성을 가지고 모였다. 세계물포럼을 주관하는 세계물위원회(WWC)와 주최국인 터키 정부가 만들어 낸 세계 최대의 ‘물의 장’이었다. 다음번 세계물포럼이 열리는 프랑스에서는 장대한 회의 준비 과정의 첫 테이프를 엘리제궁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끊어준 셈이다. 그 준비 작업은 이튿날 전 세계에서 모인 물 전문가들을 태운 전세기로 세계물위원회 본부가 있고, 다음번 물포럼 개최지인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시로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세계인 3만여 명이 운집하는 회의를 조직하고, 운영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67억 인구 6명 중 1명이 먹을 물이 없고, 2.5명 중 1명이 위생시설 없이 살고 있는 2010년의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세계 물 관계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물 관련 의제를 모으고, 정치가들을 모아 도출한 정책 결정과정을 거쳐서 세계의 다양한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기업가들의 사업적 유대의 끈을 연결시켜 전 세계의 물 사업을 건실하게 만들어 가는 작업의 장이 바로 세계물포럼이 돼야 한다. 이러한 일을 전 세계적인 과정으로 조직하는 길은 지역회의, 정치회의, 의제회의 3개 위원회의 활동으로 시작됐다.

마르세유 물포럼에서는 지방정부회의도 덧붙여져 4개 위원회가 구성됐다. 4개 위원회의 의장과 부의장은 세계물위원회와 프랑스 정부 공무원들이 맡았다. 의제 위원회와 지역위원회엔 세계물위원회에 속한 의장이 선출되고, 정치위원회와 지방정부위원회는 주최국인 프랑스 정부 공무원이 의장을 맡고 각기 부의장은 상대편에서 맡았다. 각 위원회들은 두세 명의 위원을 더 확보, 앞으로 2년 동안 여러 곳에서 중간 준비회의를 거쳐서 2012년 마르세유 세계물포럼에 3만여 명의 세계인들이, 각기 중요시하는 의제를 가지고 다양한 그룹으로 나뉘어 발표하고, 토론하고, 전시하며 유대를 강화하는 과정에 동참할 것이다.

필자는 지역위원회의 의장을 맡게 됐다.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로서 가장 갈등의 소지가 많은 지역위원회를 이끌어가자면 우선 지역을 구분하여 정리하는 기본적인 문제 해결과 다양한 지역 간 물 문제를 부각시키고, 한 지역의 좋은 사례를 가지고 다른 지역의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횡적인 지역관계를 설정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의 소자본 그라민은행을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빈민들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해 우물을 파기 위한 소자본 확보에 사용할 수도 있겠다. 지역의 지리적인 구분이 아시아-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으로 가르기보다는 공통된 주제로 물 문제 해결이 가능한 지역을 묶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지역위원회 의장으로서 떠올려 본다. 이스탄불 물포럼의 제목이었던 ‘물 격차를 줄이면서’에서 마르세유 물포럼에서는 ‘물 해결’을 찾는 길을 모토로 잡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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