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 받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국민훈장 받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6.04 14:27
  • 수정 2010-06-0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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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슬픔, 사회운동으로 열매 맺다
“여학생 폭력 증가해 걱정”
“청소년 정책은 국가 핵심 전략”

 

아들을 가슴에 묻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청소년 폭력예방 운동에 헌신해 온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명예이사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아들을 가슴에 묻고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청소년 폭력예방 운동에 헌신해 온 김종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명예이사장.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항상 무겁고 어둡던 가슴속으로 한 줄기 빛이 통과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국민훈장을 받은 김종기(63)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 명예이사장의 소감이다.

지난달 24일 대한민국 청소년 주간 기념행사에서 김종기 이사장은 15년간의 청예단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동백장이라는 게 얼마나 영광스럽고 큰 상인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야 알았습니다. 동백장이면 청소년 NGO로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입니다. 그렇게 큰 상은 먼 나라 높은 사람들이 받는 거라고 여겼습니다. 모두 청예단을 후원하시는 후원자들과 자원봉사자들, 직원들의 공입니다. 저는 대표로 받은 것이죠.”

김종기 이사장은 15년 전 아들을 학교 폭력으로 잃고, 청예단을 설립했다. ‘학교 폭력’이란 용어조차 없던 시절,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았던 청소년과 부모들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시작해 생업도 접은 채 15년간 한 길을 달려왔다.

“상을 받았다고 지금까지 해온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제 일상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사는 인생인데 아들에게 할 말이 생겼습니다. 감사하고 소중한 상입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들의 이름을 입에 올릴 때 그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건강한 모범생이었던 아들 대현이는 열여섯 꽃 같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폭력에 시달려 온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이 청예단의 시작이었다.

“옷이 찢기거나, 안경이 망가져서 오거나, 피투성이가 돼서 올 때 누가 그랬냐고 물으면 아들은 길 가다 깡패한테 맞았다고 했어요.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인지 몰랐습니다. 아들 문제로 상담을 하려고 여러 곳의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전문가도 없었고,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더군요. 아들을 잃고 우리 아들이 겪었을 답답한 마음을 상담해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가르쳐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청예단을 만들었습니다.

청예단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전화를 받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주며, 눈물을 닦아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자 했습니다.”

1995년 당시 일본에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이지메’라는 현상이 청예단 활동을 계기로 우리의 것으로 인식됐고, 방송, 사설, 심야 토론회 등이 열리면서 사회적인 공감이 형성됐다. 이러한 청예단의 적극적인 활동은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과 2004년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 제정에까지 힘을 실었다.

지난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지위 획득

청예단 활동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2009년 8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이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청소년 단체로는 유일하다.

“서류 준비부터 최종 심사까지 2년 4개월이 걸렸어요. 2006년 초에 유엔에 등록하자는 얘기를 꺼냈을 때 직원들 반응은 시큰둥했어요. 하지만 공무원이나 언론, 시민들이 청예단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공신력이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오랜 시간 고생하며 준비한 끝에 지위를 획득하고 나니 언론에서도 주목하더군요. 교육부에서도 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엔 특별지위를 획득한 청예단은 유엔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할 수 있으며, 공고안에 대해 결의하거나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김 이사장은 청소년 폭력 문제가 모든 나라의 문제라며 선진국들도 모두 고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학교 폭력에 대해 다수 피해 학생을 구제하는 것에서 소수 가해자를 강경 조치하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공권력을 투입해서 국가가 초강경 조치를 하는 것이죠.

독일 또한 가해 아이들을 수용해서 전문가들이 정신교육 등을 통해 아이들의 변화를 유도합니다. 미성년자들에게는 관용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가해할 경우에는 ‘불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가 선량한 다수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청소년 문제 총괄하는 종합 기구 필요”

김 이사장은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하되 권리에 따르는 의무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고 말하며 정부의 청소년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청소년 업무가 교육부, 내무부, 문화관광부, 문화체육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계속 옮겨 다닙니다. 정권이 바뀌면 청소년 업무도 바뀌는 겁니다. 내가 만난 교육부 장관이 16명인데, 한 사람 평균 재임 기간이 8.6개월이었어요. 제일 긴 재임기간이 2년 6개월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청소년 정책이 일관성을 갖기가 힘듭니다.”

그는 청소년에 관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종합적인 국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물 중독, 인터넷 중독, 가출, 성폭력, 학교폭력, 학교 중도 탈락자들, 대외접촉을 안 하는 아이들 등 모든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구가 있어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대통령 직속기관이나 국무총리 산하 등 대부분 국가의 최고 통치권자 직속으로 청소년 정책을 다룹니다.

청소년이 국가 핵심전략 중 하나인 것이죠. 국가가 인적자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아닌가요?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정책은 청소년을 포함하는 것이죠. 경제위기나 최근 북한 문제 등으로 청소년 문제가 자꾸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어요.”

김 이사장은 “갈수록, 전 세계적으로 학교 폭력의 연령이 낮아지며, 잔인해지고 있어 더욱 걱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여학생의 폭력이 잔인하고 무서워진다고 지적했다.

“여학생 폭력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은 혼자 움직이기보다는 집단화되어 있고 끈질깁니다. 한 아이를 집요하고 무자비하게 괴롭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과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매체의 발달이 음란물의 범람과 함께 아이들이 쉽게 그것을 접할 수 있게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급속한 근대화로 인해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역할이 뚜렷하지 않고 전통과 문화의 두께도 엷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근대화로 초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인 축적이 이루어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지도하고 이끌 수 있는 정신적 무게감이 없는 것이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학교 폭력 늘고 있는데 예산은 줄어

요즘 김 이사장의 고민이 하나 더 늘었다. 2007년에 교과부 지원 사업으로 시작한 ‘학교폭력 SOS 지원단’에 대한 예산이 줄어들어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위기상담센터와 위기지원센터로 운영되는 SOS 지원단은 학교폭력에 대해 직접 현장에 출동해 조사하고 합의 조정, 사후 대책까지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에 10억원이던 예산이 지난해 7억5000만원, 올해는 5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예산이 고정적이지 않고, 1년 단위로 변하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가 힘듭니다. 학교 폭력은 점점 심해지는데 예산은 줄기만 하니까요.”

청예단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특별한 것을 준비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일을 줄여야 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상담은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마지막 말이 학교 폭력에 대한 그의 단호함과 아픔을 묵직하게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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