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 찾는 과정”
“교육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 찾는 과정”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6.04 14:21
  • 수정 2010-06-04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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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육아, 어린이 도서관, 홈스쿨링 등 다양한 대안교육 늘어

 

1일 오후 서울 금천구 숲속동화마을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식생 관찰 후 나무 의자에 앉아 실뜨기 활동을 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1일 오후 서울 금천구 숲속동화마을도서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식생 관찰 후 나무 의자에 앉아 실뜨기 활동을 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자녀를 느리게 키우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경쟁 교육에 지친 엄마들 사이에서 ‘느린 교육’(slow education)이 화두가 되고 있어서다. 공교육 내에선 사교육 열풍에서 벗어나 학교를 믿고 학원에 의존하지 않는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공교육 밖에선 대안학교와 홈스쿨링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교육학자들은 “심화되는 경쟁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라며 “이는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하는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의 영향으로 빠름과 경쟁보다 느림과 여유를 지향하는 교육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다이어트’ 나선 엄마들

 이웃사촌 엄마들 ‘품앗이 육아’

‘느린 교육’을 실천하는 엄마들은 성적을 지상과제로 삼고 아이들 생활은 학원 일정으로 빡빡하게 채우지 않는다. 대신 품앗이 육아를 열심히 하고, 도서관도 직접 운영한다.

품앗이 육아가 유행이 된 지는 오래됐다. 이웃사촌인 엄마들이 과목을 나눠 맡곤, 자녀들을 직접 가르친다. 사교육비가 들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집은 곧 교실이다. 놀이터가 운동장이고, 야외공간은 체험학습장이다. 집집마다 있는 책과 비디오, 컴퓨터 DVD 등은 학습 교재로 활용한다. 은행, 우체국, 관공서, 도서관도 품앗이 교실이다.

아이에게 친구, 형, 누나가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품앗이는 3∼6명이 좋다. 방식은 주 1∼3회로 형편껏 하면 된다. 방학 품앗이부터 공부방 품앗이, 아빠 품앗이까지 다양하다. 방과 후 교사로 나선 맹렬 엄마들은 수업을 잘하려고 독서·논술지도사, 요리사 자격증을 딴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별자리·곤충·갯벌 탐사, 책 읽기 수업을 하고 3∼6학년은 체험학습을 주로 한다.

사교육비 절약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카페에도 엄마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05년 3월 개설된 ‘사교육비 절약하는 학습법’은 1일 현재 회원이 6만7851명에 달하는 인기 카페다. 운영자 김유강(51)씨는 공립중학교 가정교사로 11년간 근무하다 육아 문제로 휴직했다. 두 자녀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김씨는 “강남 엄마들은 한 달 사교육비를 300만∼400만 원씩 쓴다”며 “엄마들이 떼 지어 그룹과외 시킬 때도 아이에게 필요 없을 것 같아 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학기 중엔 학원도 거의 안 보냈어요. 아이들은 고교 때도 귀가하면 2시간 잔 뒤 저녁식사 후 두 세 시간 공부했어요.” 그런데도 큰딸은 서울대 사회과학대, 둘째 아들은 서울 소재 의대에 입학했다.

김씨는 “사교육비를 줄인 만큼 아이는 홀로 선다”며 “스스로 필요한 공부가 뭔지, 부족한 게 뭔지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큰딸은 의젓한데, 둘째 아들은 엄마가 안 봐주면 딴짓 해서 힘들었어요. 학원 보내봐야 컨트롤 못할 것 같았죠. 주변에서 ‘큰 코 다친다’고 했지만 만만찮은 사교육비만큼 얻을 것이 없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내심 마음은 불안했다. 불안감을 달래려고 시작한 게 카페다. 아들 공부시키며 속상한 이야기를 일기처럼 올렸다. 익명으로 올린 솔직한 글에 대한 반향은 컸다.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에 엄마들이 모여들었다. 김씨는 ‘베타맘’의 선두로 떠올랐다.

“큰딸이 다섯 살 때 영국에서 1년 6개월간 있었어요. 유학원에 있었는데 공룡이 왜 멸종했는지, 세계지도에서 어디쯤 찾을 수 있는지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공교육 교육과정을 믿고 따랐어요. 수행평가도 겉핥기로 하지 않고 독후감 과제도 제대로, 확실하게 시켰어요. 어렸을 때 기본을 다지도록 공부습관을 길러주고, 중학생 땐 시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참고 기다렸어요. 저변 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니까요.”

김씨는 “엄마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불안심리 때문”이라며 “자녀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표 도서관’ 잇따라 개관

 전국 5000여 가정 홈스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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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온 제공
서울 금천구에는 엄마들이 차린 어린이도서관 두 곳이 있다. 호암산 숲길 입구에 자리한 숲속동화마을도서관은 이 지역 엄마들이 생태교육을 위해 만들었다. ‘초록행복코치’ 엄마 2명이 매일 자원봉사를 하며 마을 이장으로 활동한다. 서은주 촌장은 “숲 생태체험과 재활용 만들기, 책 읽기, 역할놀이, 전래놀이, 천연염색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어린이들에겐 ‘책 놀이터’인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도 있다. 1일 이 도서관에 온 개구쟁이들은 식물도감을 펴 놓고 숙제하기 바빴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겐 도서관이 곧 학원이었다. 이 도서관은 2002년 금천구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인 ‘함박웃음’ 엄마 회원 33명이 주머닛돈을 털어 개관했다. 엄마들은 책 수집부터 인테리어, 설계까지 직접 했다.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홈스쿨링(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교육 받는 재택 교육)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선행 스타’로 유명한 탤런트 신애라(41)씨의 큰아들 차정민(12)군은 홈스쿨러다. 서울 영훈초교 6학년을 다니다 지금은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정민군은 영어를 잘하고, 포토샵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독서와 수영을 즐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아빠와 함께 할머니 댁에서 농사를 짓는다. 지난달엔 엄마와 함께 그림책 ‘가족백과사전’을 번역해 화제를 낳았다. 신씨는 “엄마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며 “이 책 역시 아들이 먼저 우리 말로 바꾼 후 내가 그 말을 예쁘고 듣기 좋은 말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49)씨의 둘째 아들 교산(17)군은 2006년 중학교 입학 대신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교산군은 어렸을 때부터 공작에 푹 빠져 지냈다. 쓰레기통에서 폐품을 주워 만들기를 즐긴 교산군은 학교 수업 대신 공작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홈스쿨러가 됐다.

빠름·경쟁 대신 느림·여유 지향

행복에 대한 인식 변화가 원인

 

미술평론가 이주헌씨. 그의 둘째아들 교산군은 2006년 홈스쿨러가 됐다.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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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전국에서 5000여 가정이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덕희 조선대 교육학과 교수는 “홈스쿨링은 고학력 중산층 전업주부들로부터 시작됐다”며 “선행학습을 강조하는 사교육은 ‘패스트 교육’의 문제점을 안고 있고, 공교육은 일방적인 전달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고학력 주부들이 부모가 개입하되 아이 스스로 시간표를 짜서 공부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인 홈스쿨링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김재웅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홈스쿨링 증가와 관련, ▲개인의 주체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흐름 ▲아동 인권 존중 사상 ▲가족의 가치가 중요해진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안교육운동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대안학교가 잇따라 개교했다. 종교적 이유로 기독교 대안학교에 입학하기도 하고, 자연친화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대안학교에 들어가기도 한다.

김 교수는 “홈스쿨링 선진국인 미국은 취학 연령의 1%, 150만 명이 홈스쿨러”라며 “유럽의 대다수 나라가 홈스쿨링을 학력으로 인정, 상급학교 진학이 가능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합법적인 교육형태가 아니라 검정고시를 거쳐 상급학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안교육은 사회운동으로 지금보다 더 큰 물결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학자들은 느린 교육이 화두가 된 것은 행복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산업화시대 교육의 패러다임은 출세와 성공에 치중했으나 디지털 지식정보화시대에는 ‘돈=행복’이 아니며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중요해졌다”며 “느린 교육이 등장한 것은 행복의 키워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덕희 교수는 “학원의 선행학습이나 정규 학교의 ‘45분 수업’이란 교육과정은 충분한 몰입이 어렵고 배움의 숙성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느린 교육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과목당 두세 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사고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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