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들은 과거 고생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요즘 아이들에게 ‘도전정신이 없다, 패기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제로 풀이 죽어 있거나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한창 활기차야 할 청소년들이 생기를 잃은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소년기의 성공과 실패가 대학입시라는 문턱을 무사히 통과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청소년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 미래에 대한 고민은 뒷전인 상황에서 ‘입시에서 낙방한 실패자’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지난 5일 통계청에서는 우리나라 15~24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년 청소년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15~19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성적 문제와 진학 문제로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 할 청소년들이 공부에 대한 중압감을 얼마나 극심하게 느끼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원 밀집 지역에 사는 10대 청소년들의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료 인원이 서울 시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특히 성인보다 감수성이 예민하며 판단능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은 우울 증세가 심하면 언제든지 자살이나 자해 등의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실례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영어, 수학, 논술학원 등 줄곧 4~5개의 학원을 다니느라 유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한 여고생의 사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여고생은 부모의 기대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두통과 소화불량,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두 번이나 자살을 기도했고, 현재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의 충동적인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학업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국내 교육 여건상 학업 스트레스를 피하기는 어려우므로, 학업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번지지 않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아울러, 자살 이후에 친구와 가족이 평생 겪게 될 고통과 슬픔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때 더 쉽게 자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업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는 것이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중압감으로 전해져 스트레스 관리에 미숙한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교육을 위해 세 번 거처를 옮겼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처럼 뜨거운 교육열을 실천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도리지만, 도를 넘는 교육열은 오히려 아이를 벼랑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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