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에 이목구비가 분명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빨강, 하양, 파랑의 세 가지 색을 담은 프랑스 국기가 정중앙에 위치한 단상의 한쪽에 서서 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전 지구적으로 물이 부족하고 위생시설이 충족되지 않아서 죽어가는 어린이들, 물을 길어와야 해서 학교에 갈 수 없는 어린이들, 하루에 4시간을 걸어가서 양동이 하나에 물을 채우고 다시 4시간을 돌아와야 하는 사하라 사막 남쪽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여인들, 급수차에 수백 개의 호스를 대고 물을 받으려 아우성인 서남아시아 여인들, 학교에 화장실이 없어서 숲에 들어가 소변을 보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여학생들, 이 모든 현실을 차분히 거론하며 사르코지 대통령은 물의 정치적, 사회적, 전략적 기능을 거론하였다.

단상 뒤쪽에 큰 창문들이 있었고, 창문 밖 정원에 가득한 아름답게 피어오른 희고 연분홍의 장미 넝쿨은 세계 곳곳에서 모인 물 전문가들 사이에 앉아 사진으로만 보던 사르코지 대통령을 면전에 두고 이런저런 생각에 젖어 있는 필자의 마음을 온화하게 가다듬어 주고 있었다. 18세기 초에 세워 진 엘리제궁의 열어 놓은 창문으로 이들 장미꽃이 향기까지 선사하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차분한 연설 속에 휘감기는 장미향은 천장에 그려진 통통한 여인네들의 모습과 함께 마치 파리의 어느 부호의 저택 고즈넉한 응접실을 방불케 하는 느슨한 오후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2012년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 남부도시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제6차 세계물포럼의 개최를 선포하는 의식을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는 생태부처 장관도 참석했다. 몇 개 관련 부처 장관과 함께 마르세유 시장과 세계물포럼을 주관하는 세계물위원회 포숑 회장, 브라질 수자원공사 사장 출신인 브라가 세계물포럼 대회장의 연이은 연설로 엘리제궁의 응접실은 열기가 달아올랐다.

2009년 제5차 물포럼이 열렸던 터키의 환경생태장관은 182개국에서 3만 명 이상이 모였던 이스탄불 물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되새기며 연설 도중 터키에서 가져온 130년 전의 물을 아름다운 항아리에 담아 프랑스 장관들의 손에 담아 음미하는 즉석 순서를 마련했다. 이 의식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참가자 모두는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로 이 자리에 참석한 필자는 파리 시내 번화가 중심에 위치한 엘리제궁에 놀랐고, 입장 과정에서도 또 놀랐다. 여유로운 프랑스인들의 모습을 흠뻑 느낄 수 있었다. 쓸데없는 초긴장감도 없었고, 사람 사는 곳에 사람이 방문한다는 느낌과 함께 참으로 자연스럽고 자유스러운 프랑스의 기분을 감지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회의 운영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설, 마르세유 시장, 세계물위원회 회장, 2012 세계물포럼 대회장, 터키 환경생태장관, 프랑스 생태환경장관이 연이어 연설을 이어갔다. 사회자 없이 한 사람씩 올라가 펼치는 물의 상념들 속에서 필자는 이 지구의 물이 안정되고 안전한 미래를 찾게 되기를 빌었다. 참으로 근사한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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