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21일 559호
장애 여성 성폭력 첫 공론화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 출산, 성폭행범들 활개 마을 주민들 공포에 떨어

 

20세 장애 여성 K에 대한 동네 남성들의 성폭력을 보도한 여성신문(2000.1.21. 559호) 기사는 장애 여성 성폭력을 수면 위로 올린 신호탄이 됐다. 그동안 장애 여성들의 성폭력 사실을 쉬쉬 했던 장애우 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은폐돼 있던 성폭력 사실들이 속속 드러났다.

1999년 10월, 강릉시 옥계면 주민들은 경악한다. 가족 대부분이 정신지체인 데다가 본인도 정신지체 2급 6세 정도의 지능에 그친 K를 20~70대 동네 남성 7명이 7년간 성폭행해 왔고, 이중 75세의 홍씨는 지속적인 성폭행으로 K를 임신시키기까지 한다. 독자의 제보를 통해 사건을 접한 여성신문은 강릉여성의전화와 함께 2000년 1월 열린 마을 비상회의에 참여하면서 사건을 이슈화하게 된다. 특히 “대낮에도 늘 벌거벗고 다니는 기분으로 치욕스럽다”는 마을 여성들의 심리적 공포를 전함으로써 성폭력 피해는 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파괴에까지 이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다신 내게 나쁜 짓 못 하도록 감옥에 갔으면 좋겠다”는 K의 절규처럼 정신지체일지라도 성폭력에 대한 확고한 의사표현이 있음을 주지시켰다(2000.2.11. 562호).

이후 전국 시민단체 25개로 공동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마을주민 150여 명이 공동고소장을 작성했다. 10월 5일 결심공판에서 주범 홍씨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실형 2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마을 주민들은 사건에 대한 공동 대처로 그해 3월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인권 디딤돌상을 받았다. 여성신문은 여성인권 보호지원사업으로 K사건을 선정, K가 자활공동체에서 새 삶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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