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월 24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다”고 공식적으로 규정했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다”라고 천명했다. 군사적 공격 이외에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대북 조치가 망라되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5일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기간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천안함 사건은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행위”이며 “미국은 북한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고, 북한의 미래는 북한 지도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전례 없는 고강도 발언으로 풀이된다.

여하튼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어뢰가 ‘햇볕’을 침몰시키면서 한반도에 신냉전시대가 돌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6·2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불거진 한반도 냉전기류는 당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올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안보 이슈는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이나 4대강 이슈의 초점을 흐리게 해 여당에 상당히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 1987년 대선 직전 북한의 KAL기 폭발테러처럼 안보이슈가 선거판을 좌우했던 양상과 비슷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보 장사를 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은 가장 호전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며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집단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고립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산주의 체제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체제를 구축하려는 무모한 정권이다. 이런 특성을 갖고 있는 정권과 대응할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라면 반드시 다음의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

첫째, 한반도 전쟁 불가의 원칙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지전을 포함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일부 강경 보수 세력들은 전쟁이 나면 수일 내에 끝낼 수도 있다며 전쟁불사론를 제기한다. 이는 전쟁이야 단기간에 끝나겠지만 그 기간 수백만 명이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무책임한 발언이다. 둘째, 남남 갈등을 촉발하는 행위를 삼가는 원칙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한민국의 안보를 둘러싸고 여야, 진보와 보수가 갈등을 일으킬 경우, 최대 수혜자는 김정일 정권이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안보와 평화를 위해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는 약속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셋째, 강압과 포용의 공존 원칙이다. 강압적인 대북 정책만으로는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다. 분명 현 상황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위협받고 남북 간 대결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북한과의 물밑 대화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천안함 사태의 책임자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있지만 이 순간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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